미국과 북한이 일촉즉발의 설전을 벌이며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대화로 평화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동의했으며, 유럽연합(EU)이 이례적으로 정치·안보위원회를 열어 북한 문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 등이 그 예다. 앞서 유엔은 ‘모든 당사자가 어떻게 긴장을 완화할지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힘을 보탰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예고하며 군사행동 방침을 고수하는 마당에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대북 압박과 제재가 통하려면 대화의 끈을 놓을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북한과의 협상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며 강온 전략을 구사하는 배경으로 읽힌다. 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와 관련, 미국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움직임이 주목된다. AP통신은 미국과 북한이 수개월 동안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밀 접촉을 해왔다며 외교 라인 실명까지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도움을 달하고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북한이 새 정부의 접촉 제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국을 상대로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더해왔다는 점이다.
대화 국면 조성은 긴장 완화와 함께 우리 정부가 운신할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없이 긴요하다. 미국과 북한이 ‘선제타격’과 ‘포위사격’으로 날을 세우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이어 ‘군사적 옵션 장전’ 발언까지 할 동안 우리 정부의 존재감은 딱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중요하다. 국제사회가 납득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한반도 위기 대응 청사진을 기대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