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명물 중 하나로 ‘폴 게티 미술관’이 꼽힌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이 시설은 미국 최고 갑부였던 폴 게티(1892~1976)의 유산으로 조성됐다. 그가 죽으면서 40억 달러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내놓았다. 그걸로 미술관, 연구소, 공익재단 등이 만들어졌다. 악덕 기업인 소리를 들었던 그였지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했다. 그 덕에 이미지가 나아졌을지 모른다.

20년 전 미국에서는 한 교수 부부의 스토리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뉴욕 폴리테크닉대 화공학과의 도널드 오트머 교수 부부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특허권 등으로 평생 모은 재산 7억5000만 달러를 학교와 병원 등에 희사한 사실이 두 사람 별세 후 뒤늦게 알려졌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아주 검소하게 지냈다는 점이다. 이웃 주민조차 교수 부부가 억만장자라는 걸 꿈에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유산 기부’ 하면 노벨을 빼놓을 수 없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거부가 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산 900만 달러로 이뤄진 게 노벨재단과 노벨상이다. 그는 사망 1년 전 재산을 헌납하고, 인류에 공헌한 사람에게 매년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별세한 유회진 교수의 미담이 큰 감동을 줬다. 동아대 교수였던 그는 2년 전 암 판정을 받고 홀로 삶을 마감하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154억 원의 유산을 모교 서울대에 기증했다. 암 치료비까지 아끼며 기부금에 보탤 정도로 나눔의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을 딴 ‘유회진학술정보관’이 내년 완공되면 후학을 위한 그의 뜻도 길이 남을 터이다.

얼마 전, 부산 남구 69세 할머니가 자신의 전 재산인 상가 건물을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숨진 사실이 전해지면서 유산 기부가 새삼 화제를 모았다. 이 할머니는 평생 어렵게 번 돈으로 8억5000만 원 상당의 상가를 장만해 그 임대 수입으로 지내왔다고 한다. 자신의 땀과 눈물, 애환이 밴 건물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할머니의 마음은 천사 같을 게 분명하다.

‘무소유’ 법정 스님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여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