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Menon Economics’가 발표한 ‘2017년 세계 해양수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개 주요 해양도시 중 부산은 1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싱가포르가 확고부동하고 2위 함부르크, 4위 상하이, 5위 런던, 7위 홍콩, 8위가 도쿄이다. 이 순위는 해운·금융 및 법률·해사기술·항만 및 물류·매력도 및 경쟁력의 5개 부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싱가포르는 해운·항만 및 물류·매력도 및 경쟁력 등 3개 부문에서 1위, 해사기술에서 2위, 금융 및 법률에서 4위를 차지해 3년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은 해운·매력도 및 경쟁력 14위, 금융 및 법률 15위, 항만 및 물류 7위, 해사기술 3위를 기록해 종합 13위에 그쳤다.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조그만 어항에서 출발해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이 남겨 놓은 수리조선소와 전쟁물자 수송을 위한 보잘것없는 항만시설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물류허브로 성장했다. 싱가포르는 항만을 바탕으로 해운과 물류, 정유, 관광산업을 발전시킨 항만주도형 성장모델을 추구했다. 런던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영화를 바탕으로 해운과 금융, 무역의 중심지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까지 유치한 데다 아직도 발틱해운거래소와 유수의 해상로펌의 근거지이며 세계 해상법의 중심지로서 해운주도형 성장모델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이 해양수도가 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어떻게 해양도시 부산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보면 한반도가 중심이 돼 우리나라가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부산항은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이자 세계의 바다로 나아가는 출발지이면서 북극항로로 가는 최단거리를 제공하는 지리적 요충지로 해양수도가 되기 위한 입지적 요건을 모두 갖췄다. 부산이 해양수도 패권을 장악하고 동북아 해양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부산항이 중심이 되어 항만주도형 발전모델을 추구해야 하겠다.

우선 부산 북항 항만재개발의 본격적인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북항재개발 사업의 1단계 부지조성이 완료됐고 레지던스호텔, 오페라하우스, 랜드마크 빌딩 등 상부 건축물 조성이 본격화되면 북항 도심은 글로벌 신해양산업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나아가 ‘통합 북항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침체된 원도심인 북항과 부산역, 자성대부두 등 주변 일대를 통합 개발해 이를 금융 중심의 문현 혁신도시, 해양 R&D 중심의 영도 동삼혁신도시, 영화·영상 중심의 센텀 혁신도시와 연계하는 것이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항만기능과 도시기능을 조화시키고 항만을 친수공간으로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부산 신항의 메가포트 육성전략도 중요하다. 부산항은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항만이지만 최근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와 해운동맹의 재편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한때 어려웠지만 차츰 그 영향에서 회복되고 있다. 신항 3단계의 차질 없는 개발과 함께 메가포트 전략을 위한 항만개발계획이 절실하다. 해운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해 친환경 선박의 건조를 확대하고, 부산항 배출통제지역 지정, LNG 벙커링기지 구축, 수리조선소 건설도 추진해야 한다.

해운·항만산업 클러스터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해운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해 가칭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서두르고, 부산항만공사·선사·물류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터미널운영사(K-GTO) 신설도 필요하다. 해사법원과 해운거래소를 설립해 해상법률과 해운중개, 선박관리, 선급 서비스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부산이 해양수도가 되기 위한 전략의 세부 내용과 실천과제의 많은 부분이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100대 국정과제 중 해양수산부 주관과제는 3개이며, 협조과제는 9개이다. 새 정부 해양수산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여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산항이 없는 해양수도 부산은 있을 수 없다. 해양수도 전략의 출발점도 부산항이며, 마지막 화룡점정도 부산항이다. 부산항이 해양수도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항 건설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