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내부 승진과 외부인사 영입 사이에서 잡음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7일 내부인사 2명, 외부인사 1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해 1명을 선정하려고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21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임추위를 앞두고 BNK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부산은행의 노조는 차기 회장에 대해 내부 승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간 금융지주 인사에 정치권의 개입과 낙하산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와 지주사 일부에서는 전임 회장이 비리로 공석이 되었으니 경영 쇄신을 위해 비전을 가진 외부인사 영입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은 근본적으로 BNK금융지주의 부실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되었다. BNK금융의 1,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과 롯데그룹이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뚜렷한 주인이 없으니 지주회장이 절대권력을 키워왔다. 금융지주 회장이 부산은행장,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서 제왕적 지위를 누렸다. 내부자 출신으로 처음 금융지주 회장이 된 이장호 씨는 부산은행 6년, BNK금융지주 2년5개월 합계 8년5개월간 장기집권하면서 조직을 사유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 회장의 후임인 성세환 직전 회장도 부산은행장 1년6개월, BS금융지주 회장 1년6개월, BNK금융지주 회장 2년 등 5년간 최고경영자로 군림했다. 지난 16일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직 등의 사임을 표명했지만 주가조작 사태만 안 터졌으면 지주회장 연임도 됐을 것이다. 성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이용해 2015년 9월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계열회사를 통해 특혜성 엘시티 사업에 1조1500억 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 약정을 맺었고, 현재까지 3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대출 청탁과 함께 고가의 상품권, 미술 작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위험성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에 지역자금을 지나치게 많게 투자했는데도 이사회의 제동은 없었던 것 같다.
검찰 조사 결과 성 전 회장은 2014년 경남은행 인수로 인한 자본구조의 건전성 하락, 2015년 엘시티 사업에 대한 거액대출, BNK캐피탈의 667억 원 정도의 금융사고 등 위험자산이 증가하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BNK금융지주의 유상증자 공시 후 주가가 급락하자, 성 전 회장은 많은 거래기업에 BNK금융지주의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뼈를 깎는 내부혁신이 필요할 정도로 BNK금융지주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그런데도 외부인사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이를 막겠다고 삭발시위마저 강행한 것은 금융노조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이며, 또 하나의 적폐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로 많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도산하거나 정부의 출자로 연명하고 있을 때 한국은행 출신인 김경림 행장과 심훈 행장이 위기에 처한 부산은행의 경영을 정상화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추위는 BNK금융지주 회장이 겸했던 부산은행장을 공모를 통해 분리 선출하고, 은행장에 대해서는 내부인사만 공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현 경영진인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빈대인 부산은행장 직무대행이 금융지주 회장뿐만 아니라 부산은행장에도 지원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BNK금융지주가 거듭나려면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이사회의 견제,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임원후보추천회와 이사회를 분리하고 사외이사의 임기를 단임으로 해 투명하게 공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경영혁신을 할 수 없다. BNK금융지주는 동남권 경제의 혈맥이자 소중한 지역자산이다. 2009년 파생상품·해양에 특화된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이 명실공히 동북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 BNK금융지주에 비전과 업무 추진력, 리더십을 갖춘 최고경영자가 선정되기를 기대한다.
부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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