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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이번엔 ‘농피아’인가

살충제 계란 인증기관, 농관원 출신 곳곳 포진

농피아 고리 끊으려면 관련법 강화도 좋지만 지속적 감시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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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질긴 생명력이다. ‘관(官)피아(관료+마피아)’로 통칭되는 수많은 변종이 잊을 만하면 이름만 바꿔 등장하니 말이다. 이번엔 ‘농(農)피아(농식품 공무원+마피아)’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부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변종이다. ‘관피아’의 폐해야 굳이 말을 보탤 필요도 없겠지만 ‘농피아’에 대한 국민 감정은 더 격앙될 수밖에 없다. 먹거리와 건강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어서다.

이번에도 검은 유착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친환경 계란을 인증하는 민간 인증기관의 허술한 심사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민간 인증기관 64곳의 대표 중 5명, 인증심사원 649명 중 85명이 감독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이었다. 이들의 유착 의혹은 인증 결과로 짐작할 수 있다. 살충제 계란이 적발된 산란계 농장 49곳 중 31곳이 버젓이 친환경 농장으로 인증받았다. 이들 모두가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의혹을 살 만한 소지는 충분하다.

이런 ‘농피아’의 행태는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 ‘해피아(해양수산부 공무원+마피아)’의 판박이다. 당시 산하 공공기관 14곳의 기관장 중 해수부 출신이 11명에 달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카페리 업체 등 민간업체까지도 해피아가 진출한 곳이 적지 않았다. 대형 선박의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이나 출항 전 검사를 담당한 한국해운조합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기관은 펼쳐지지도 않는 구명벌에 정상 판정을 내렸고 출항 전 과적을 제대로 단속하지도 않았다.

‘해피아’의 폐해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생명력은 질겼다. 세월호 참사의 여진이 계속되던 잠시동안 주춤한 듯하더니 몇 년 뒤 슬그머니 과거와 다름없이 돌아가버렸다. 지난해 한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으로 퇴직 후 재취업한 해수부 관료 57명 중 53명이 산하기관이나 업무 연관성이 있는 업체로 갔다.

해수부뿐 아니다. 세월호 참사 1년 뒤인 2015년 정부가 정한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한 4급 이상 각종 부처 퇴직 공무원은 모두 426명에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 209명으로 전해에 비해 잠시 줄었다 1년 만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관피아 방지법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오히려 강화된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수법만 더 교묘해졌다.
살충제 계란 파문 와중에 세간의 관심을 끈 ‘농피아’도 그중 하나다. 그간 이들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민간 인증기관 35곳에 근무하는 농관원 출신이 61명이나 된다며 ‘친환경 인증 전관예우’라고 지적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세력을 더 키웠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을 때도 이 정도였으니 그 이후에 유착 관계가 더욱 기승을 부린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농피아’ 폐해는 세월호 참사 때 ‘해피아’의 그것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해피아’가 국민 안전을 내팽개쳤다면 ‘농피아’는 국민 건강을 되레 망가뜨리는 주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관피아’의 변종 중에서도 이들에게 국민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살충제 등을 뿌리고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둔갑하는 농축산물이 비단 계란뿐일지도 의문이다. 설마이길 바랄 뿐이지만 한 번 싹이 튼 불신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쌓여가기 마련인 탓이다.

정부 또한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된 ‘농피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낙연 총리는 농식품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문성이라는 미명 아래 유착까지 용납해선 안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중한 범죄”라며 유착 고리를 끊는 방안을 찾도록 주문했다. 당연한 조치이긴 한데 문제는 이 또한 과거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해피아’를 잡겠다며 세상이 떠들썩 하도록 내놓은 관피아 방지법은 1년도 지나지 않아 휴지조각이 됐다. 지금까지처럼 소나기만 피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은 부활해 질기디질긴 생명력을 이어갈지 모를 일이다.

하긴 어디 ‘농피아’뿐일까. 이 총리의 말처럼 전문성을 핑계로 산하기관 등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모습을 숨기고 있는 변종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번에 그중 극히 일부인 ‘농피아’의 실체가 드러났을 뿐, 언제 다시 또 다른 변종이 수면 위로 떠오를지 알 수 없다. 적폐 청산을 외치는 새 정부에서는 이런 질긴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답은 먼 데 있지 않다.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린 관련법을 더욱 강화하는 게 1차적 해법이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월이 지나며 방치해 사문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일이다. 여지껏 법이 없어 수많은 ‘관피아’가 양산된 건 아니지 않은가.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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