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관계는 온통 잿빛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유례 없는 갈등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2014년과 2015년만 하더라도 수교 기념일을 전후해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했지만 올해는 정상 간 형식적인 축하 메시지 전달에 그칠 정도로 냉랭해졌다.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까지 격상된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좀체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교 후 25년간 양국 교류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교역액은 33배 늘었고 양국을 오간 두 나라 국민은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는 1998년 ‘협력 동반자’에서 ‘전면적 협력 동반자’를 거쳐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해 왔다. 하지만 사드라는 돌발 변수 하나로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며 수교 이래 가장 큰 변곡점에 들어선 것이다. 물론 그간 부분적 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북핵 등 다자 간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이처럼 사드 갈등은 북핵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한국이 끼인 신세가 되면서 촉발됐다. 게다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대북 제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지금과 같이 북한을 껴안는 입장을 유지한다면 사드 갈등은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정 한반도 평화와 원활한 한중 관계를 원한다면 중국은 보다 큰 틀에서 사드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에 빌미를 준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사드 배치가 다자 간 문제이긴 해도 우리만의 명확한 전략을 세우고 중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양국 정상회담을 하루빨리 성사시켜야 한다. 중국 측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중국의 각종 보복 조치로 우리 기업 등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축배는커녕 우울한 수교 25주년을 맞은 우리 정부에 던져진 과제가 그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