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의 70%를 차지하는 게 물이다. 아무 맛도 없고 열량도 없지만 몸에서 물 10%만 빠져나가면 위험한 상태가 되고, 20% 이상 잃으면 목숨을 잃는다. 그래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과 함께 6대 영양소 대접을 받나보다.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로 이뤄지는 물 분자가 수없이 모여 액체 상태의 물을 형성하며 세상에 둘도 없는 특성을 발휘한다. 그 하나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이다. 그 비결은 물질 1g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인 비열(specific heat capacity)에서 찾을 수 있다. 비열이 큰 물이 주성분인 체액 및 혈액이 온몸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덕분에 여름의 뜨거운 햇볕에도, 겨울의 한파에도 거뜬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놀라운 인체의 비밀이 70이라는 숫자에 숨어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은 성공 비법이 70%의 법칙에 있다고 공공연히 드러낸 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가 시간의 70%를 핵심 사업에 쓰고, 20%는 관련 사업, 10%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쓴다고 밝힌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성경은 숫자 7만큼이나 70에 의미를 부여했다. 천지 창조 후 7일째 안식일을 가진 것처럼 7이 신성하다면, 70은 구원과 자손의 상징으로 통한다. 동양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인생 칠십은 고래로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고 읊었다. 그의 시 ‘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이 유명한 구절이 70세를 뜻하는 고희(古稀) 또는 희수(稀壽)의 유례다.
두보는 예순을 앞두고 생을 마감했지만 일흔을 거뜬하게 넘기고 ‘인생 70’의 의미를 각인한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공자다. 그는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고 했다. ‘논어’(論語)의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 스스로 서고, 40세에 미혹됨이 없고, 50세에 하늘의 명을 알고, 60세에 듣기만 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공자는 일흔에 드디어 경지에 이른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70년을 살아내는 일이 심상(尋常)해져서 이젠 ‘인생은 70부터’라고 한다. 그렇다고 ‘종심(從心)의 다짐’이 다르지 않을 터. 세상사를 다루는 신문도 마찬가지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황소걸음으로 간다. 국제신문의 새로운 70년을 향해.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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