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이제 목전에 이르렀다. 3일 낮 12시30분(미국 시간으론 토요일 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7월 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급 화성-14형을 고각 발사하면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또 지난 8월 29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일본 열도를 넘어 실사거리 발사하면서 미국의 괌 기지가 사정거리 안에 있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 운반체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까지 갖추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 전략은 집요하다. 북한이 김일성 시절부터 롤 모델로 삼은 것은 중국 마오쩌둥의 양탄일성(兩彈一星) 전략이다. 6·25전쟁과 대만과 충돌할 때마다 미국은 중국을 원자탄으로 위협했다. 마오쩌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난을 무릅쓰고 원자탄-수소탄(兩彈) 그리고 운반체인 ICBM(一星) 개발에 목숨을 걸다시피했다. 중국은 1964년 원자탄 실험에 성공한 뒤 1967년 수소탄 실험에도 성공한다. 그리고 1970년 미사일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진실의 순간은 1980년에 다가왔다. 내몽골 주취안에서 발사한 ICBM이 9070㎞를 날아가 남태평양 피지섬 앞 공해상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 순간 미국도 중국을 진정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나 북한이나 핵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으로부터 핵 위협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핵무기 보유국이 됨으로써 재래식 군비, 특히 엄청난 수의 군인들을 축소하여 그 여력을 경제개발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1980년 이전 430만 명이던 중국 인민해방군은 단계적 감축을 통해 현재 225만 명으로 200만 명 이상을 줄일 수 있었다.
북한에는 두 가지 목표 외에 더 중요한 핵전략이 있다.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상당 기간 대만을 침공하여 통일 중국을 만들려고 했듯이, 북한도 자신들 중심의 통일을 꿈꾸고 있다. 절대무기인 수소탄을 장착한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하면서, 재래식 병력으로 남한을 밀어붙일 때 미국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일이 지금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미국과의 수교와 주한미군의 철수를 통해 장기적 레이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이 한반도의 주인공이다. 대한민국은 지금의 대만과 같은 종속적 처지가 된다. 현재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정치에서 공인된 상태다. 대만은 선거 때마다 대만의 독립을 놓고 국론분열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진실의 순간’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핵 게임에서 우리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 꼴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이 본질적 큰 흐름이다. 그에 따른 부수적 흐름이 미국·일본 대 중국·북한의 치열한 접전이다. 일본은 미국의 태평양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 국가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도발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손 안 쓰고 코 푸는’ 별로 나쁘지 않은 카드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안보위기가 커질 때마다, 우리 내부에서는 백가쟁명식 논의가 난무한다. 혹자는 대화만이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북한을 달래다 보면 북한도 자연스럽게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진실의 순간에 99.9%에 이른 북한이 사반세기의 희생과 노력을 그냥 포기할 거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다른 혹자는 우리의 자체 핵 개발을 주장한다.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핵 개발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당이나 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논의다. 또 1991년에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고 한다. 아니 방어무기인 사드(THAAD) 배치를 두고도 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판인데 전술핵 재배치는 언감생심이다.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책은 동맹의 힘으로 막는 것이다. 기존의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협력 관계도 심화시켜야 한다. 한미일 3국의 공통의 이익 분야를 키움으로써 방어의 스크럼을 짜는 것이다. 손자병법도 첫째가 모사(謀), 둘째가 외교(交), 셋째가 무력(兵), 마지막이 싸움(攻城)이라고 했다. 진실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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