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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가야사 복원, 뜬금없지 않으려면

가야사 복원 사업 관련 지난달 국회서 세미나, 각론서 크고 작은 시각차

개발보단 연구·조사 위주, 방향부터 분명히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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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지난 6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지금 국면과는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운을 뗀 뒤 “국정자문위원회가 지방정책 공약을 정리하고 있다. 그 속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포함시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많고 많은 국정과제 중 난데없이 가야사 복원을 주문했으니 청와대 참모진이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어쨌든 가야사 복원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

대통령조차 뜬금없다고 할 정도였으니 배경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건 당연한 일. 광범위했던 역사에 비해 제대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야사 복원 자체를 두고 어깃장을 놓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특정 역사 분야의 연구 방침을 ‘지시’하는 듯한 모양새가 과연 옳으냐는 지적이 당장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논란이 된 국정교과서 추진과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명분으로 내건 지역주의 극복과 영호남 화합을 두고도 회의적인 반응이 없지 않았다.

국정교과서 추진과 가야사 복원이 같은 성격인지는 의문이지만 대체로 충분히 제기될 만한 지적들이다. 정치가 역사에 개입하면서 예상되는 폐해를 학계 등이 경계하는 건 정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홀대받던 가야사를 복원하자는 대전제는 옳다. 가야사는 국정교과서처럼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이념화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국정과제로 던져진 가야사 복원에 힘을 모으는 일만 남은 셈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야사 세미나는 그 시발점이라 할 만하다. 이 자리에는 가야사 복원과 관련된 문화재청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가야사 연구자 등 역사학자가 대거 참석했다. 세미나에 앞서서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가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협의회는 종전 17명 시장·군수로 구성돼 있었으나 최근 김해시장 등 3명이 새로 합류, 명실상부한 가야문화권 지자체장 모임이 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은 가야사 복원이 어떻게 진행돼야 할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그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별로, 지자체별로, 각론에서 크고 작은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새 정부의 가야사 복원 방침 발표 이후 조금씩 예상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의 방향을 두고 시각이 같을 수만은 없다. 다만 이날 제기된 이견을 극복해야만 가야사가 제대로 되살아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문화재청과 국토부의 부처별 의견차는 가야사 복원의 방향을 어디에 둬야 하느냐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문화재청은 이날 가야 유적의 정비나 활용보다는 조사·연구가 우선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 반면 국토부는 종합적 관광계획, 고품격 관광자원화, 분권화를 원칙으로 낙후된 가야문화권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구자들끼리도 자신의 연구지역이 홀대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요컨대 개발이냐 조사·연구냐는 문제와, 지역적 형평성 문제가 각각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실제 지난 몇 달간의 진행 과정을 보면, 조사·연구가 우선이라는 학계의 주장과는 달리 개발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가야문화권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독자적인 복원 계획을 쏟아내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복원 의지를 탓할 바는 아니나 유적지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개발에 초점을 맞춘 계획을 두고 학계에서는 마뜩잖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자체 3곳이 새로 합류한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 또한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으기 위해 급조된 느낌이 없지 않다. 향후 복원사업 진행 과정에서 언제든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역주의 극복과 영호남 화합은커녕 지역이기주의만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

가야사 복원이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뜬금없는 사업이 되지 않으려면 초기인 지금 단계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충분한 연구·조사 없이 유적지 몇 곳을 깔끔하게 단장한다고 가야가 되돌아 오는 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 위주의 국토부가 아니라 문화재청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가야사 복원의 중심이 돼야 한다. 지금처럼 개발 경쟁만 난무해서는 가야사 복원사업이 가야처럼 멸망할 수도 있다는 한 연구자의 말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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