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였던 ‘야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인터넷 포털 ‘야후’는 2016년 미 최대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즌에 48억 달러에 매각됐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제리양이 차고 한편을 빌려 창업한 ‘야후’는 1990년대 말 인터넷 포털 시대를 열며 순식간에 세계 IT업계의 선두로 떠올랐다.
그런 기업이 20년이 채 안 돼 전성기 시가총액의 4%에 불과한 헐값에 팔려나갔다. 인터넷 웹이 동영상, 소셜네트워크, 모바일로 빠르게 진화하는데 대처하지 못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후발주자인 구글, 페이스북 등에 밀려 버린 것이다.
2017년 세계 시가총액 10위 기업에 엑손모빌, JP모건체이스 등 오래된 대기업들을 제치고 애플, 알파벳(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신진기업들이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기업도 언제 테슬라, 우버 등의 신생기업에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인류는 증기기관에 의한 1차 기계화 혁명, 전기동력에 의한 2차 대량생산 혁명, 컴퓨터에 의한 3차 자동화 혁명을 겪었고 지금 빅데이터와 네트워크에 의한 4차 지능화 혁명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이 또다시 세상을 바꿀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변화는 부의 재편을 가져온다. 얼마 전 세계적인 투자왕 짐 로저스는 KBS ‘명견만리’ 프로그램에 나와 그가 투자에 성공하여 부자가 된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곳을 찾아라.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고 이것은 미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과거와 현재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건이 금융시장에 반영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짐 로저스는 일찍이 증권가인 월가에 진출하여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들어 10년간 42배의 경이적인 수익을 올리며 투자가로서의 명성을 높였다. 그는 증권시장을 통해 남들보다 먼저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기에 많은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변화를 읽으려면 금융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시장, 그중에서도 거래소라 불리는 자본시장에 돈이 집중되어 있다. 돈이 몰려 거래된다는 것은 여기에 각종 정보가 모인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퍼스트우먼으로 불리던 여장부가 있었다. 뮤리엘 시버트, 그녀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여성 최초로 주식중개인 자격을 얻은 인물이다. 그녀는 1967년, 뉴욕증권거래소 175년 사상 최초의 여성회원이 되었다. 거래소 회원이 되었다는 것은 주식중개가 가능한 자신의 증권사를 설립하여 대표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1928년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시에서 태어난 그녀는 학창시절 방학 때 우연히 월스트리트를 방문했다. 거래소 객장에서 수많은 주식 중개인들이 매 순간 전해지는 정보에 환호나 비명을 지르며 거래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바로 이곳에 세계 정보가 모두 모이는구나’ 감탄하며 증권가에 몸담기로 결심했다.
자본시장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반영된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 거래소에서도 주식, 채권,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 등이 매일 60조~70조 원 규모로 거래되고 있다. 주가나 선물가격에는 자동차, 선박, 휴대전화, 화장품, 의약품 등의 완제품부터 부품, 원자재는 물론 유명연예인·게임·영화의 인기도, 아파트 분양률까지 각종 정보가 실시간 주가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물론 시장 가격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과장이나 허위정보가 있을 수 있다. 또 거품과 같은 과열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정보를 읽는 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을 불신할 필요는 없다. 시장만큼 많은 정보가 실시간 반영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장기업과 투자자들과 의견소통 방편인 IR 등 시장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가격정보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변화의 시대, 자본시장의 각종 가격 동향을 주목해 보면 어떨까.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부(富)를 향유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한국IR협의회 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