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금융지주 회장을 뽑기 위한 3차 임원추천위원회가 8일 열린다. 내부인사냐 외부인사냐를 두고 추천위원들 사이에도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결말이 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 순조로이 회장 선임이 이루어지면 천만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이사들이 전원 사임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보다 못한 부산시장과 시의회 의장, 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나서서 조속한 회장 선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문제의 핵심은 부산은행 노조의 순혈주의에 있는 것 같다. 금융지주의 핵심이 은행이므로 은행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로부터 선발하여야 하며 그것도 피합병회사인 경남은행 출신이 아닌 자기 은행 출신 중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누가 보아도 좀 지나친 주장인 것 같다. 아시다시피 이번 인사는 부산은행장을 뽑는 인사가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을 뽑는 인사이다. 현재 BNK 금융지주 내에는 많은 금융회사들이 소속되어 있다. 물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BNK 투자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신용정보, 정보시스템 등 여러 회사가 있다. 금융지주회장은 이런 모든 금융회사를 통괄하고 관리하는 자리이다. 이런 자리에 은행업에 종사해 왔던 인사만 앉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것도 부산은행 출신은 되고 피합병회사였던 경남은행 출신은 안 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은행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글로벌 금융의 패러다임이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에서 증권 중심의 직접금융으로 넘어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자본시장의 발달로 주식이나 채권발행이 용이해진 대기업은 더 이상 은행에 자금조달을 의존하지 않는다. 오직 자본시장에의 접근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가계만이 은행에 의존할 뿐이다. 은행업은 궤도 위를 달리는 열차와 같고 증권업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박과 같다. 증권업은 위험이 더 클 수 있으나 리스크 관리를 잘 할 경우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은 파생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리스크 관리기법으로 무장하여 증권업으로부터 많은 투자수익을 얻고 있으며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세계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정가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금융업은 은행업보다 증권업 위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은행만이 중요하다는 노조의 입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BNK 금융그룹은 부산시민들의 향토애를 먹고 자란 기업이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BNK는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에도 적극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은행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파생금융허브에 걸맞는 리딩 증권회사 하나 정도는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또 하나 은행업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금융의 디지털화이다.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카카오 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이 등장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기술이 가미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맞는 은행업은 어디로 갈는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이미 자신들은 투자은행이 아닌 IT회사라고 선언한 바 있으며, 정기 주주총회를 뉴욕 월가가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열었다. 이러한 급변기에는 순혈주의에 기반한 폐쇄적 인사로는 파고를 이겨내기 어렵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디지털전략팀장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에 각각 외국계 컨설팅사 대표와 금융연수원 교수 등 외부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순혈주의를 과감하게 벗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리딩 뱅크를 수성하기 위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쉽게도 BNK 금융의 미래는 그렇게 낙관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금융권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과거 상경계열 고교나 대학을 나온 학생들에게 꿈의 직장이었던 은행이 최근 많은 이직과 명퇴로 얼룩지고 있다. 그만큼 금융업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는 정말 능력 있고 리더십을 갖춘 회장이 필요하다. 인재는 있다. 단지 찾지 못할 뿐이다. 남수현 동의대 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