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5년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이 터졌다. 사상 최악의 폭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났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망자 수만 9만2000여 명에 이르렀다. 화산재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뒤덮고 성층권까지 뚫고 올라가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그 영향으로 다음 해 여름이 실종됐고, 세계 평균 기온은 1도 가량 낮아졌다고 하니 위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기 79년 8월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베수비오 화산 대폭발도 메가톤급이었다. 영국의 E.G.리턴이 1834년에 쓴 역사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에서 알 수 있듯이, 융성했던 한 고대도시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1985년 콜롬비아에서는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 폭발로 인구 2만의 마을 전체가 매몰된 적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연기와 안개 같은 기운이 갑자기 밀려오면서 하늘이 캄캄해지고…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같이 사방에 떨어졌다’. 1702년 백두산 화산이 폭발했을 때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백두산 폭발은 약 1000년 전에 있었다. 그때 뿜어진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까지 날아갔다. 당시 백두산 분화(噴火)는 탐보라 화산 폭발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유황 배출량이 유사 이래 최대 규모라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국제공동연구진에 의해 발표되기도 했다.

발해(渤海)멸망이 그 시기의 백두산 대폭발 때문이라는 설(說)도 한동안 회자됐다. 광활한 영토를 개척하며 잘나가던 발해가 갑자기 멸망한 게 미스터리처럼 풀리지 않으니 백두산 폭발을 연관지은 것으로 보인다.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백두산 폭발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백두산은 활화산인데, 핵실험에 의한 인공지진까지 더해졌으니 그럴만도 하다. 학자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이번 인공지진 수준으로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고 안심하라는 뜻은 아니다. 인공지진이 아니어도 백두산 화산은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게 학자들의 거의 공통된 분석이다. 백두산 대폭발이 초래할 재앙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화산 폭발을 막는 건 불가능하니, 충분한 조사 연구와 함께 방재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게 상책이다. 핵에 눈이 먼 북한 정권이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