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에 이어 지난 3일에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이번 핵실험의 결과에 대해 측정국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파괴력이 50~150kt에 달하여 과거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폭보다 그 위력이 3배에서 10배 수준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과 더불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북한의 핵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와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엔안보리에서는 12일 또 하나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당초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에 진전을 이루고자 하였지만 북한이 대화 대신 그간 수차에 걸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6차 핵실험으로 치고 나옴에 따라 현 정부는 현재 한국의 안보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는 상황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차 핵실험 이후에는 문 대통령이 지금은 대화가 아닌 제재에 집중하여야 한다면서 대북 석유공급 차단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를 미국과 협의하는 한편,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4기의 사드 발사대를 임시로 추가 배치하였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3일 북한이 재차 핵실험을 진행한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중국외교부 성명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등 과거보다 더 강한 어조이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유지라는 중국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 등 내용상으로 보면 과거와 본질적인 차이점은 없다.

중국은 필요하면 유엔안보리의 제재에는 동의하면서도 북한의 붕괴로까지 이를 수 있는 조치에는 반대하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해 왔다. 이를 반영하듯이 이번 미국이 추진했던 대북 석유 수출 전면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강력한 유엔안보리 추가제재도 중국의 반발로 인해 상당히 약화되는 결과가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주변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지만, 한편으로는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지정학적 가치가 있는 북한을 포기하기가 어려우며,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핵을 보유한 안정된 북한이 북한의 붕괴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내는 물론 미국 내 일부에서도 한국의 핵 무장 필요성과 더불어 미국의 전술 핵무기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앞으로 국제 핵 비확산체제가 느슨해지거나 주한 미군의 철수 등 한국안보에 있어서 불가피한 상황이 되지 않은 한 국제사회의 반대로 인해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하겠다. 또한 공격용 무기인 미군 전술핵의 한국 내 도입은 그것이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할 것이라는 이유로 미중 간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될 우려가 있으며, 한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사드 배치 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현재 미국 내 일부 인사가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용인할 수 있을 것처럼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도 미국이 효과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위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무게중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의 우리로서는 북한이 더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압박을 계속함과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말 그대로 완전하게 이행토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겠다. 물론 한편에서는 효율적인 미사일 방어체계나 선제타격 능력 구축 등 한국 자체의 군사적 대응역량을 확대하고,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한 대북 핵 확장억지력을 더욱 확실히 확보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과정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같이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지만 안보는 모든 것에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아울러 언젠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어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하게 될 때를 대비한 다방면에서의 검토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