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디넓은 우주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사는 곳이 있을까라는 의문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제기했던 과제였다. 대다수 사람은 은하계 어딘가에는 생명체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믿고 있다. 인류가 계속해서 탐사선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이유다.

그동안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간 무인 탐사선들은 눈부신 활약을 했다. 1975년 8월 지구를 떠난 바이킹 1호는 이듬해 7월 20일 화성 표면에 내려 신비로운 행성의 각종 정보를 지구로 전송했다. 이 탐사선은 1982년 11월 지구와 통신이 두절된 뒤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바이킹 1호의 본체는 파괴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음이 2006년 화성 정찰 위성을 통해 확인됐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 2호도 널리 알려진 무인 탐사선이다. 이들에게는 태양계 바깥을 조사하기 위한 임무가 주어졌다. 2013년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 2호는 여전히 우주 여행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들과 통신이 끊기는 시간을 원자력 전지의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는 2020년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보이저 1, 2호는 지구와의 인연이 다한 뒤에도 은하계를 끝없이 주유하게 된다.

마지막이 다소 행복해 보이는 바이킹 1호나 보이저 1, 2호와 달리 토성 탐사선 카시니는 지난 15일 오후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1997년 케네디 우주센터를 출발한 이 탐사선은 연료가 바닥남에 따라 토성의 대기권으로 진입, 뜨거운 열에 의해 수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사가 ‘죽음의 다이빙’을 택한 건 통제를 벗어난 탐사선이 토성의 위성과 충돌했을 때 생길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한 카시니는 방대한 자료를 보내왔다. 이를 바탕으로 발표된 논문만 4000건에 가깝다. 특히 과학자들은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의 물기둥에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을 카시니의 가장 큰 공적으로 꼽는다. 이는 이곳에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가설로 이어졌다.

카시니는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도 토성의 근접 촬영 화면과 대기 분석 자료를 지구로 쏘았다. 탐사선이 보낸 마지막 신호는 83분 후 지구에 도달했다. 기나긴 우주 여정은 이제 끝났지만 마지막까지 임무를 다한 카시니의 최후가 아름답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