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 항만위원회는 BPA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로 그 권한과 역할이 막중하다. BPA 예산과 각종 주요 사업 등의 결정이 모두 여기에서 이뤄진다. 그런 항만위 구성에 중대 변화가 생겼다. 지난 14일 국회 상임위원회가 항만공사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다. BPA 항만위원에 대한 경남도의 추천 몫을 부산시와 동수로 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BPA에 대한 경남도의 입김이 세지고 부산시의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산의 항만자율권이 강화되는 건 고사하고, 되레 줄어들 판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해양수산부는 개정안에 따라 BPA 항만위원회 정원 수를 현재 7명(추천 몫 정부 4명, 부산시 2명, 경남도 1명)에서 9명 정도로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양 시·도의 몫을 2명씩 같게 하고 해수부는 1명 더 갖는다는 얘기다. 경남도뿐 아니라 정부 측의 항만위 비중이 증대되고 부산시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산항 운영과 개발에 있어 부산시의 의견과 입장을 항만위에 반영할 창구가 축소되는 것이다.

부산으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가뜩이나 항만 권한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어 부산시는 관련 사업에 손을 대기 힘들다. 이런 데다 항만위에서의 영향력마저 위축된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항만 개발 등은 배후지역의 도시계획과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자치에 역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되도록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회 해당 상임위에 부산 의원이 한 명도 없다고 이렇게 무신경해서야 되는가.

이처럼 중요한 사안이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없이 의결된 건 납득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개정안과 관련,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 의견조회를 했지만 공문만 보내는 등 형식에 그친 인상이 짙다. 부산시의 대처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개정안이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음에도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개정안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금부터라도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