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00원권 지폐가 화제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올 11월 발행되는 것으로, 지난 11일 접수 시작 이후 예약 열기가 뜨겁다. 24장짜리 전지(全紙)형은 상당수 금융기관에서 이미 매진 상태로 전해졌다. 판매대행사에서는 구매 희망자들의 접속 폭주로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기념주화는 많았지만, 기념지폐는 처음이라는 점이 인기를 끄는 요소다.

세계적으로 기념주화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 전달수단이 없었던 로마시대에는 황제의 죽음이나 새 황제의 즉위를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아우구스티누스 황제의 초상을 앞면에, 새 황제인 티베리우스의 초상을 뒷면에 각각 새긴 주화가 아직 남아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첫 기념주화는 비공식적이지만 조선조 말 1896년의 건양중보(建陽重寶)라는 게 통설이다. 개화파의 김홍집 내각이 정권을 잡으며 만든 건데, 내각 붕괴로 유통되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공식 제1호 기념주화는 1970년 발행된 ‘대한민국 5천년 영광사(榮光史)’이다. 12종인 이 기념주화는 소량 발행으로 해외에서 판매해 현재 ‘귀하신 몸’이다. 한 세트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걸로 알려졌다.

근대 올림픽에서는 1952년 헬싱키 대회 때 나온 500마르크짜리 은화(銀貨)가 기념주화의 효시다.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는 기념주화가 매 대회 발행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기념지폐도 나왔는데, 당시 홍콩에서 이를 사기 위해 수천 명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주화건 지폐건 기념화폐의 가치는 무엇보다 희소성에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주화는 역대 최다 발행된 탓에 대회 이후에도 재고가 쌓여서 용해 처분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도 대접이 시원찮다. 반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주화 등은 발행량이 비교적 적어서 액면가보다 훨씬 높게 거래된다고 한다.

이번 2000원권 기념지폐는 모두 230만 장 발행되는데, 일반 지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 판매가가 8000원으로 4배 비싸 시중에서는 접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인기가 높은 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 보인다. 그러나 국내 기념지폐는 처음이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기념화폐를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여기기보다는 문화·역사적 가치 측면에서 보는 게 바람직하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