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박성진 사태 속 요지경 정치

첫 단추 잘못 끼운 지명에 뉴라이트 등 논란 끝 사퇴

여야 공수 뒤바뀐 데다 인사 잣대·검증 잣대도 뒤죽박죽 돼버린 코미디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모로 문제적 인물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 장관 인선의 마지막 퍼즐로 출범 107일째인 지난 8월 24일에야 지명됐다. 그에 앞서 물망에 오른 26명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천신만고 끝에 27번째로 낙점한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22일 만인 지난 15일 끝내 자진 사퇴함으로써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를 둘러싸고 불거진 자질 등이 1차적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명 이후 22일간 벌어진 일들은 문제적 인물 박성진 이상으로 문제적 정치의 민낯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22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간의 과정이야 익히 아는 바지만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야 굳이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여야 간에 벌어진 공방은 우리 정치권에서 보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사태였다는 점에서 되새길 만하다. 정치권의 검증과 청문회 과정에서 희한하게도 여야의 공수(攻守)가 뒤바뀌었다. 여기에 예의 ‘내로남불’이 난무한 건 당연한 일. 뒤죽박죽이 된 공방 속에 박성진 문제는 본질을 벗어난 ‘고차방정식’이 돼버렸다. 박성진은 결국 잊혀지겠지만 남은 상처가 너무 크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청와대에 있다. 아무리 앞서 26명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지만 기껏 고른 인물이 뉴라이트 사관 옹호자에다 창조과학론자였으니 말이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았어도, 또는 몰랐다 해도 어떤 식이든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창조과학론자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새 정부의 이념적 기반까지 흔드는 뉴라이트 옹호론자라니. 뉴라이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적어도 인사의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청와대의 악수는 거듭될 수밖에 없었다. 기껏 박성진을 옹호한다는 게 ‘생활 보수’라는 요상한 작명이었다. 일부 야당이 옹호하는 뉴라이트는 ‘극우 보수’고 청와대가 감싸안는 뉴라이트는 ‘생활 보수’인가. 언제부터 뉴라이트가 이렇게 분화됐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니 새 정부 지지층조차 고개를 저을 만했다. 여기에다 ‘공대 출신’은 또 뭔가. 공학자에 대한 이런 모독도 없다. 아무리 논리가 궁색하다지만 이런 말장난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문제적 정치의 민낯은 청와대와 여당만의 몫이 아니었다. 청문회에 앞서 박성진에 대한 여야의 공수가 뒤바뀌면서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그나마 박성진의 역사관을 문제삼아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그 흔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나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등에게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던 모습과는 판이했다. 이 또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러면서 박성진의 사퇴 이후 자유한국당은 ‘사필귀정’이라는 논평을 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사필귀정인지 헷갈린다.

새 정부의 코드 인사를 누구보다 비판했던 자유한국당이다. 따지고 보면 박성진은 새 정부가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들의 코드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의 코드에 이처럼 맞는 인사가 없다. 그런데 사필귀정이라니. 물론 뉴라이트 사관만이 박성진의 낙마 이유는 아니지만 모처럼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라면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상식적이다. 일부에서 기껏 내민 낙마 이유가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지만 민주당마저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민주당이 부적격 입장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또 어떤 논리를 내세웠을지 궁금하다.

바른정당도 사퇴 뒤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여당이 앞장서 반대해야 했던 웃지 못할 코미디”라며 “대통령사에 길이 남을 진짜 인사 참사”라고 비꼬았다. 말인즉슨 틀리지 않았지만 코미디가 어디 여당만의 일일까. 다만 하태경 의원만이 “문재인 정부 내각에 유신을 찬양한 장관이 웬 말이냐”며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차라리 하 의원처럼 일관성 없는 인사를 비판하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그나마 코미디는 면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자유한국당처럼 뉴라이트 사관에 애매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새 정부 들어 벌써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후보 7명이 낙마했다. 그중엔 사유가 명확한 후보자도 있겠지만 석연찮은 경우도 없지 않다. 거기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박성진의 사례는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인사의 잣대도, 검증의 잣대도 뒤죽박죽인 요지경 속 우리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박성진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이곳저곳에서 모두 공격을 받은 그가 상황에 따라 표변하는 우리 정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정말 궁금하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경영 정상화 기대
  2. 2[사설] 부산항운노조 취업비리로 또 대대적 수사 받는다니
  3. 3낙동강하구 방문 부산시의원들 “람사르 습지 등록 필요성 절감”
  4. 4부산 민주당 “내년 총선 과반 얻겠다”
  5. 5여성취업교육장 옆 키스방…“기가 막혀”
  6. 6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53> 이진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
  7. 7개방형으로 확 바뀐 부산시의회 의장실
  8. 8영진위, 21일 지원사업 설명회
  9. 9기장 해수담수 전량 공업용수로 공급
  10. 10[부동산 깊게보기] 9억 원 초과 주택 최대 80% 공제
  1. 1"김정은, 25일 베트남 도착…베트남 주석과 회담"
  2. 2문대통령,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 문병
  3. 3부산 민주당 “내년 총선 과반(국회의원 18석 중 9석) 얻겠다”
  4. 4개방형으로 확 바뀐 부산시의회 의장실
  5. 5여야, 2월 국회 ‘동상이몽’…정상화 의지 밝혔지만 험로
  6. 6트럼프·김정은, 합의문에 비핵화·종전선언 명기할까
  7. 7김정은 25일 하노이 도착…베트남 주석 만난다
  8. 8황교안 “당내 통합” 오세훈 “중도 확장” 김진태 “선명 우파”
  9. 9김정은 베트남 방문 때 삼성전자 공장 방문하나
  10. 10“https 차단정책 반대”…국민청원 20만 명 넘어
  1. 1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경영 정상화 기대
  2. 2 9억 원 초과 주택 최대 80% 공제
  3. 3“아시아 금융허브 평가…오사카는 상승세, 부산은 하락세”
  4. 4“5G 시장 선점” 모바일 올림픽(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열린다
  5. 5 의료관광벨트- 한류·K-뷰티와 시너지
  6. 6민간 창업보육공간 적극 유치…시 ‘창업도시 부산’ 비전 선포
  7. 7온천천이 바로 앞, 금정산도 한눈에…부산 최고 학군까지 품어
  8. 8방사선 부적합 제품들 원안위가 실명 밝힌다
  9. 9부산관광공사, 뉴미디어팀 신설 포함 조직 개편
  10. 10관광전문가·시민,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 논의한다
  1. 1새벽 조업 중 실종됐던 60대 해녀, 4시간 만에 극적 구조
  2. 245억대 재산 상속 다투다 흉기로 친형 살해한 20대 구속
  3. 3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이슈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주 선박
  4. 4택시 들이받고 뺑소니 40대 여성 차량에 파지 줍던 70대 여성 받혀 숨져
  5. 5부산서 50대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숨져
  6. 6남구 대연동 12층 건물 화재…150여 명 대피 소동
  7. 7수색선박 사고해역 도착,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작업 시작
  8. 8대법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재정지원 57억 감액은 적법"
  9. 9'손석희 19시간 조사' 경찰 수사속도…"프리랜서 기자 곧 소환"
  10. 10'버닝썬' 이어 강남 클럽 '아레나'에서도 마약 거래,투약
  1. 13R에서 발톱 드러낸 우즈, 첫 4개 홀 버디-이글-버디-버디
  2. 2고진영, LPGA 호주여자오픈 준우승…2타 차로 2연패 좌절
  3. 3부산시민자전거대회 18일부터 참가 접수
  4. 4이상호,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동메달 획득
  5. 5롯데자이언츠 시즌권 판매 시작...주중시즌티켓 첫선
  6. 6'이상호 슬로프'서 월드컵 동메달 이상호 "부담감 떨쳐냈다"
  7. 7부산 시민자전거대회, 18일부터 참가접수
  8. 8랜드리 34점 폭발…kt 4연패 늪 탈출
  9. 9자이언츠 주중 시즌티켓 나와
  10. 10kt 자유투 흔들리니, 6강 안착도 불안하다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미래 수산식품산업을 생각하며 /남택정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김복동을 잊지 말자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홍역’ 치르는 홍역
로저스의 방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산업용수로 돌파구 찾은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
부산 금융중심지 10년…구체적 육성책 필요한 때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포도의 변신은 무죄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