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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박성진 사태 속 요지경 정치

첫 단추 잘못 끼운 지명에 뉴라이트 등 논란 끝 사퇴

여야 공수 뒤바뀐 데다 인사 잣대·검증 잣대도 뒤죽박죽 돼버린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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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모로 문제적 인물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 장관 인선의 마지막 퍼즐로 출범 107일째인 지난 8월 24일에야 지명됐다. 그에 앞서 물망에 오른 26명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천신만고 끝에 27번째로 낙점한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22일 만인 지난 15일 끝내 자진 사퇴함으로써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를 둘러싸고 불거진 자질 등이 1차적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명 이후 22일간 벌어진 일들은 문제적 인물 박성진 이상으로 문제적 정치의 민낯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22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간의 과정이야 익히 아는 바지만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야 굳이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여야 간에 벌어진 공방은 우리 정치권에서 보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사태였다는 점에서 되새길 만하다. 정치권의 검증과 청문회 과정에서 희한하게도 여야의 공수(攻守)가 뒤바뀌었다. 여기에 예의 ‘내로남불’이 난무한 건 당연한 일. 뒤죽박죽이 된 공방 속에 박성진 문제는 본질을 벗어난 ‘고차방정식’이 돼버렸다. 박성진은 결국 잊혀지겠지만 남은 상처가 너무 크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청와대에 있다. 아무리 앞서 26명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지만 기껏 고른 인물이 뉴라이트 사관 옹호자에다 창조과학론자였으니 말이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았어도, 또는 몰랐다 해도 어떤 식이든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창조과학론자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새 정부의 이념적 기반까지 흔드는 뉴라이트 옹호론자라니. 뉴라이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적어도 인사의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청와대의 악수는 거듭될 수밖에 없었다. 기껏 박성진을 옹호한다는 게 ‘생활 보수’라는 요상한 작명이었다. 일부 야당이 옹호하는 뉴라이트는 ‘극우 보수’고 청와대가 감싸안는 뉴라이트는 ‘생활 보수’인가. 언제부터 뉴라이트가 이렇게 분화됐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니 새 정부 지지층조차 고개를 저을 만했다. 여기에다 ‘공대 출신’은 또 뭔가. 공학자에 대한 이런 모독도 없다. 아무리 논리가 궁색하다지만 이런 말장난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문제적 정치의 민낯은 청와대와 여당만의 몫이 아니었다. 청문회에 앞서 박성진에 대한 여야의 공수가 뒤바뀌면서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그나마 박성진의 역사관을 문제삼아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그 흔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나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등에게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던 모습과는 판이했다. 이 또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러면서 박성진의 사퇴 이후 자유한국당은 ‘사필귀정’이라는 논평을 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사필귀정인지 헷갈린다.

새 정부의 코드 인사를 누구보다 비판했던 자유한국당이다. 따지고 보면 박성진은 새 정부가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들의 코드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의 코드에 이처럼 맞는 인사가 없다. 그런데 사필귀정이라니. 물론 뉴라이트 사관만이 박성진의 낙마 이유는 아니지만 모처럼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라면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상식적이다. 일부에서 기껏 내민 낙마 이유가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지만 민주당마저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민주당이 부적격 입장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또 어떤 논리를 내세웠을지 궁금하다.

바른정당도 사퇴 뒤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여당이 앞장서 반대해야 했던 웃지 못할 코미디”라며 “대통령사에 길이 남을 진짜 인사 참사”라고 비꼬았다. 말인즉슨 틀리지 않았지만 코미디가 어디 여당만의 일일까. 다만 하태경 의원만이 “문재인 정부 내각에 유신을 찬양한 장관이 웬 말이냐”며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차라리 하 의원처럼 일관성 없는 인사를 비판하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그나마 코미디는 면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자유한국당처럼 뉴라이트 사관에 애매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새 정부 들어 벌써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후보 7명이 낙마했다. 그중엔 사유가 명확한 후보자도 있겠지만 석연찮은 경우도 없지 않다. 거기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박성진의 사례는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인사의 잣대도, 검증의 잣대도 뒤죽박죽인 요지경 속 우리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박성진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이곳저곳에서 모두 공격을 받은 그가 상황에 따라 표변하는 우리 정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정말 궁금하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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