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어제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검찰과 경찰에 우선하는 수사권, 수사 범위 및 대상자, 조직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정부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우선 수사권과 함께 사건이 겹칠 경우 검경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으며, 기소·공소유지권도 가진다. 대통령,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광역지방단체장 등 주요 헌법기관장은 물론 퇴임 후 3년 미만의 고위공직자와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도 수사할 수 있다.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비롯한 전형적인 부패범죄 외에 공갈, 강요, 직권남용 등 고위공직자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면 모두 해당된다. 공수처에는 처장과 차장 외 30~50명의 검사와 50~70명의 수사관 등 최대 122명의 인력을 둘 수 있다. 이 정도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기에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를 최대한 담아내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문제는 공수처의 권한이 이같이 막강해지면 검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혁위는 이에 대비해 공수처장과 차장의 임기를 단임 3년으로 정하고, 검사 임기도 6년에 한 번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 이내에는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 공수처 사건을 맡지 못하게 했다. 공수처 검사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대검찰청에서 수사토록 하는 상호 견제 장치도 만들었다.

하지만 권력층의 입김을 완전히 차단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인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도 법적으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휘할 권한이 없고, 법무부 장관 또한 개별 검사를 지휘할 수 없지만 정치검사가 양산되지 않았는가. 공수처가 ‘대통령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은 이를 새겨듣고 내용을 면밀히 보완해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