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9세기 ‘골드러시’ 당시 대박의 주인공은 금맥을 찾은 사람들이었지만, 실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곡괭이 가게 주인이었다. 금을 캘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곡괭이를 판 사람은 확률 높은 중박을 터뜨렸고 이후 나름 한 가닥 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청바지 ‘리바이스’를 만든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그런 경우다. 그 역시 처음엔 금광을 찾아 헤맸지만 몇 번 실패 이후 전략을 바꿨다. 광부들에게 찢어지지 않는 바지를 팔면서 돈을 긁어모았고, 결국 초갑부가 됐다.

요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러시’가 한창이다. 비트코인 가치(가격) 폭등에 사람들은 가상화폐 시장으로 속속 몰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과거 황금광 시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돈 벌 기회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올지 모르겠다. 난 그 분야가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전망한다.

요즘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은 한물 간 취급을 받는다. 듣도 보도 못한 각종 가상화폐가 쏟아지고 있는데 실제 거래되는 것만 1000가지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가상화폐 규제에 나섰다. 물론 가상화폐를 사용하거나 거래하면 감옥에 가둔다는 건 아니다. 핵심은 ‘ICO(Initial Coin Offering·화폐공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데 있다. 독자분들은 이 ICO 개념이 생소할 수 있는데 기업이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공개)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ICO는 기존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는, 혹은 그렇게 자본을 조달하고 싶지 않은 기업들의 신종 자금 조달 방법이다.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업 스스로 새로운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그걸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본을 조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당국에선 이걸 불법이라고 했고, 이렇게 되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기존 가상화폐 전체에 큰 충격을 줬고, 가격이 순간 급락했다.

물론 그 누구도 앞으로 가상통화들의 가치가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승에 대한 기대만큼 최근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뜻밖의 악재도 속출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요즘 가상화폐와 관련된 진짜 ‘대박’은 어쩌면 이들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라고도 불리는 이 블록체인의 본질은 수많은 사적 거래 정보를 개별적 데이터 블록으로 만들고, 이를 체인처럼 차례차례 연결한다는 데 있다.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우리의 ‘의미 있는’ 거래들은 모두 국가나 공인인증기관이나 아니면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 그 ‘원장’을 갖고 있다. 이들이 거래장부를 독점한다는 건데, 반면 블록체인은 이런 독점적 주체가 없다.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그것들이 암호화돼 체인 형식으로 축적되는데, 거래의 투명성은 보장되고, 대중에게 완전히 공개되면서, 거쳐 간 개별적 거래들은 익명성이 보장된다. 게다가 거래마다 다른 암호가 걸려 있어 누가 장부를 조작할 수도 없다.

현재 이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유통 의료 상거래 에너지 예술 및 콘텐츠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고차 거래를 생각해보자. 중고차 거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그간 운행내역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지난 거래내역도 투명하게 확인된다. 지금까지 누가 운행하고 매매했는지 익명성은 보장되지만 운행과 거래내역 자체는 확실하게 남아 조작할 수도 없다. 따라서 더는 중고차를 사면서 사기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면 플랫폼을 선점해 앉아서 떼돈을 벌고 있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기득권 세력은 위축된다. 더는 소비자에겐 거대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보증시스템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유통의 대대적 혁명이 가능하다. 은행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P2P(개인 간) 대출 같은 분야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할 텐데 기존 은행보다 더 정확한 신용등급 산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블록체인의 응용에는 목표점도 없고 기준도 표준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도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리라.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세계 3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이젠 금맥 찾기 대신 곡괭이나 청바지 사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때다.

경제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