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의 532번째 정기연주회는 부제 ‘유쾌한 시작’처럼 제11대 최수열 신임 지휘자와 부산시향의 유쾌한 활동을 기대하게 하는 자리였다. 2015년 12월 같은 곳에서 제10대 리신차오 수석지휘자를 아쉬움 속에 떠나보냈던 부산 음악계 사람들과 클래식 애호가들은 부산시향의 ‘변곡점’이 될지 모를 순간에 서 있는 뭉클함을 느꼈다. 관객은 흔쾌히 ‘기립박수’로 음악적 모험을 펼칠 주역들을 응원했다.

지휘자 공백 동안 부산시향을 둘러싼 부산시의 문화행정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미 부산시향은 일명 ‘부산문화회관 사태’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차기 지휘자 물색 과정 없이 지휘자 공백이 시작됐고, 부산시향의 운영과 지휘자 선정에서 책임이 있는 부산시립예술단장, 부산문화회관장, 부산시 문화관광국장 등은 1~3차례씩이나 바뀌었다. 문제가 지속되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는 상황에 지켜보는 이들은 회의감을 느꼈다.

이 혼란을 종결지은 건 지난 1월 (재)부산문화회관이 꾸린 지휘자선정위원회였다. 문화회관 측이 선임한 피아노·관 ·현 전문가 3명과 부산시향 단원 측이 선임한 대표 3명이 토론했다. 최종 후보군 결정을 두 달가량 늦추고 특별 연주회를 마련하는 등 단원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전 단원을 대상으로 지휘자 선호도 투표를 거쳐 일렁거릴 수 있는 잡음을 차단했다. 부산시향이 놓인 상황과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합리적인 방법으로 공정한 결과를 도출한 셈이다.

부산시향과 최 지휘자, 문화회관 행정의 세 박자는 일단 잘 맞아 보인다. 문화회관 박인건 대표는 “단원들과 함께하는 배려, 믿음, 칭찬의 리더십을 최 지휘자에게 부탁했다”고 했고 최 지휘자도 “적극적인 자세로 연주에 임하는 단원들을 보며 좋은 소리를 낼 가능성을 봤다”며 만족해했다. 곧 악장, 부지휘자, 수석도 채용할 예정이다.

부산시향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2020년 국제아트센터, 2021년 부산 오페라하우스 등이 세워지며 부산시 문화예술의 밑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 20회에 그치는 연주 횟수를 늘리고, 시향의 위상을 더 높일 여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최 지휘자는 국내 최초로 R.슈트라우스 교향시를 완주하는 등 부산시향의 내실을 다질 여러 목표를 제시했다. 부산의 이색 공간을 찾아가 공연하고 내년에는 4년 만에 해외로 나가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 연주한다. ‘부산시향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날이 빨리 오기 바란다.

문화부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