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급여의 부정 수급 행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대상자 선정에 허점이 생겨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만 해도 복지급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계급여를 부정으로 수령한 액수가 2015년 8억8600만 원에서 지난해 10억2900만 원으로 늘었다. 환수가 결정된 건수도 613건에서 735건으로 증가했다. 연제구의 경우 올 상반기 중 수급 대상자 3028가구 가운데 10%가 넘은 359가구가 부당하게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는 2012년부터 올 8월까지의 기초생활 부정수급 액수가 789억 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부정수급 환수율은 2013년 68.3%에서 지난해에는 오히려 55.9%로 떨어졌다. 게다가 범위를 기초생활 급여 외에 장기요양급여, 장애인연금, 의료급여, 요양기관 건강보험급여 등으로 넓히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된다. 이러니 복지급여에 대해 ‘눈먼 돈’이라느니 ‘못 챙기는 사람이 바보’라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의 공분을 산 ‘어금니 아빠’ 이명학의 사례에서 보듯 현행 제도는 허점 투성이다. 그는 2007년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된 후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는 동안 버젓이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서도 이런 일이 적지 않게 적발됐다. 현재 정부는 복지급여의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각종 공적 자료를 바탕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개개인의 재산 변동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어 대상자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현행 복지급여 지급 제도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핀 뒤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 부정 수급자는 형사고발을 원칙으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소득 및 재산에 변동이 생길 때 대상자가 성실 신고를 하도록 장려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복지관련 예산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예산이 애초 목적과 달리 엉뚱하게 사용된다면 이만한 혈세 낭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