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버스중앙차로(BRT) 곳곳이 움푹 패거나 불쑥 솟아오르는 등 누더기로 변했다니 어처구니없다. BRT 구간은 10ｔ이 넘는 버스만 다니는 데도 일반 도로와 같은 포장 기준인 두께 5㎝를 적용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아스팔트 두께가 얇은 탓에 버스 하중을 견디지 못해 뒤틀리는 ‘소성 변형’ 현상이 생긴 것이다. BRT 구간을 처음 설계할 때 아스팔트 포장 두께를 10㎝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뭉갠 결과다.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의 핵심인 BRT가 이 모양이라니 부산시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BRT 가운데 ‘소성 변형’ 현상은 동래구 안락교차로~해운대구 원동나들목 1.7㎞ 구간에서 7곳, 해운대구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 5.0㎞ 구간에서 11곳이 확인됐다. 안락교차로~원동나들목 구간은 보강 공사를 했지만, 원동나들목~올림픽교차로 구간은 아직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 내성교차로~광무교 6.7㎞ 구간은 포장 두께를 10㎝로 하겠다니 이런 뒷북 행정이 없다.

이 같은 BRT 졸속 시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2004년 BRT를 도입한 서울에서 소성 변형 현상이 나타났고, 국토교통부는 BRT 사업 때 소성 변형에 대비해 도로 포장 두께를 10㎝ 이상으로 하라는 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를 알고도 예산 절감을 이유로 포장 두께 5㎝를 고집했다. 울퉁불퉁한 도로는 자칫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예산 타령만 하는 부산시에 묻고 싶다. 만약 소성 변형이 생긴 BTR 구간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책임은 어찌 지려고 하는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이뿐만 아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역별 지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육안 조사로 도로 사정을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가 특별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을 사용하면 감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창의적인 행정은 고사하고 틀에 박힌 탁상행정에 안주한 셈이다. 예산 1100억 원을 투입하는 BRT 사업이다. 부산시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그 중심은 시민과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