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사장 공모에 박종흠 전 사장이 지원한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 이달 초 퇴임한 사장이 곧바로 같은 자리에 재도전하는 게 상식과는 어긋나는 일인 탓이다. 더구나 박 전 사장은 재임 기간 경영평가 성적이 낮아 연임 자체가 불가능한 처지였다. 연임 대상이 아니라도 퇴임 후 공모에 지원하는 게 지방공기업법상 문제는 없다고 하나 법의 맹점을 이용한 꼼수라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부산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은 정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나’ 등급 이상을 받아야 사장의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은 3년 임기 중 2015년 ‘다’ 등급, 지난해 ‘나’ 등급을 받아 연임 대상이 되지 못하자 퇴임했다. 경영 성적도 그렇지만 박 전 사장 재임 기간 부산도시철도는 전동차 고장 등 잇단 사고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도시철도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의 자질에도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런 인사가 사장 재공모에 응했으니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니 노조 등에서 박 전 사장의 재공모 지원이 서병수 시장과 사전 교감 아래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직에 있을 때 연임이 어렵자 퇴임 이후 재공모에 응하는 방식의 편법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원자가 1명에 그쳐 무산된 1차 공모에 이어 진행된 재공모에는 박 전 사장 등 4명이 지원했다. 형식적으로는 1차 공모보다 지원자가 많아 경쟁 구도를 이룬 듯하지만 현재로서는 서 시장이 박 전 사장을 낙점할 공산이 커 보인다.

연임 자격이 없음에도 퇴임 후 공모에 응할 수 있다면 지방공기업법이 왜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경영평가와는 상관없이 임명권자의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꼼수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퇴직자는 연임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지방공기업법을 뜯어고쳐야 마땅하다. 서 시장 또한 박 전 사장 임명 강행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