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가 겁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인해 잔혹하게 살해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이어 다수의 여중생이 후배를 끔찍하게 폭행한 부산 사상구 여중생 사건, 최근 불거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만행까지 드러나면서 이렇게 험악한 세상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영학 사건을 계기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 친구와 친구 부모를 불신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 아이만 친구 집에 초대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은 아이 친구가 집으로 오라고 해도 썩 달갑지가 않다. 최근 초등학생 아들이 주말에 친구 집에 놀러가기로 약속했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이 뭐 하시는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아이인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자칫 부모의 불안감이 아이의 교우 관계나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도 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자, ‘보내지 말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아들의 친구를 먼저 초대해서 자연스럽게 집안 분위기와 아이의 인성을 파악하는 게 낫다고 전했다. 혹여 아이 친구 부모도 내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집 대신 아파트 놀이터나 영화관 등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게 하면 더 좋다고 귀띔했다.

‘아이가 나라의 미래’라며 아동을 보호하자고 외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국내의 아동학대 범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아동학대 신고건수(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만7791건이었던 신고 건수가 2015년 1만9214건, 지난해는 2014년 대비 70%가량 늘어난 2만9669건에 달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어린이는 2012년 8명에서 지난해 36명으로, 5년 사이 4배 이상 늘었다. 학대의 유형도 다양해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전방위적이다. 가슴 아픈 사실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80% 이상이 부모라는 점이다. 부모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됐기에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 또한 모르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라고 해서 부모 역할을 잘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추석 연휴 국내 30대 법조인 부부가 여행지인 괌에서 차량에 1세, 6세 아동을 방치한 혐의로 체포돼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별 탈이 없으면 아이들끼리 둬도 괜찮다는 우리의 느슨한 기준과 달리 외국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아동 방치는 범죄’라고 경종을 울렸다. 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에서는 6세 미만의 아동을 12세 이상의 보호자 없이 15분 이상 차량 내에 방치하면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보호자는 징역 최고 5년형, 벌금 1만 달러까지 처할 수 있다고 한다. 아동 안전 불감증이 만성화된 우리로서는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한시라도 빨리 우리 사회가 아동범죄에 대해서 무관용의 원칙을 고수하길 바란다. 법에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연령과 기준을 제시하고, 어겼을 경우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게 관련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부모교육을 명문화해 아동권리 및 보호에 대해 제대로 배우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안전 시스템에 대해 온 사회가 바짝 고삐를 죄어야 한다. 더는 철없는 부모, 나쁜 어른들이 어떤 형태로든 이 나라의 ‘미래’에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사회1부 차장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