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어제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시민참여단 471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공론조사 결과, 건설 재개( 59.5%) 의견이 중단(40.5%)보다 19%포인트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차범위 내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재개·중단 논란 증폭이 우려됐으나 격차가 커 이론의 여지가 없게 됐다. 청와대도 이날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건설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에는 원전 축소(53.2%) 의견이 유지(35.5%)나 확대(9.7%)보다 우세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민참여단 다수가 신고리5·6호기는 건설하되 탈원전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이번 공론조사는 실로 파란만장했다. 지난 7월 24일 공론화위 출범 직후부터 원전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결정 주체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가 결정 주체”라고 정리하면서 이 문제는 마무리됐으나 다른 갈등 사안들이 꼬리를 물었다.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과 동영상 강의록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건설 중단 측이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공론화 보이콧 의사를 내비치는가 하면, 건설 재개 측은 정부출연기관 활동 중단을 요청한 공론화위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89일간의 조사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공론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지상명령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각계 반응을 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부 야당과 원자력 학계 및 업계는 건설 재개 권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공약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국한된 공론조사의 목적을 흐리는 행위다. 이 같은 정치 공세를 계속한다면 아전인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신고리5·6호기와 가까운 부산·울산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공론조사 결과 불복의사를 피력하는 일부 탈원전단체의 행태도 옳지 않다. 그 실망감은 이해 못할 바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어서다. 이번 공론조사를 통해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결론보다 더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 중대 사안을 심사숙고한 뒤 일정한 결론을 내리는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시민참여단의 열정적 태도를 보고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히 ‘국민 이성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우리는 원전이라는 갈등의 문을 열고 들어가 숙의 민주주의란 선물을 안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