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낮 12시30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 딜리 플라자 앞을 지나던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탄 차량에 갑자기 3발의 총탄이 날아들었다. 목과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케네디는 부인 재클린이 보는 앞에서 숨졌다. 당시 케네디는 퍼레이드 중이었던 터라 암살 장면이 TV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리 하비 오스왈드. 하지만 그는 이틀 후 경찰서에서 잭 루비라는 나이트클럽 업주의 총에 암살됐다. 루비 또한 1967년 1월 교도소에서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케네디 암살 사건은 배후를 알 수 없는 미제로 남겨졌다.

사건을 조사한 워런위원회는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 중앙정보국(CIA) 음모설. 케네디에 불만을 품은 CIA가 오스왈드를 고용해 암살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사건 발생 1년 전, CIA가 케네디에게 미국 내 대도시에서 가짜 테러를 일으켜 쿠바를 비롯한 공산권과 싸울 명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 ‘JFK’를 통해 독자적인 주장을 폈다. 미 군부와 무기상들이 베트남에서 군대 철수를 막기 위해 케네디를 암살했다는 쿠데타설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개입설도 나온다. 케네디가 연준의 발권력을 무시하고 따로 국고폐를 찍어 유통시키려 하자 사건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미국의 카스트로 암살 기도에 대한 쿠바 보복설, 케네디 뒷차를 타고 따라오던 경호원의 오발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만간 케네디 암살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지도 모르겠다. 오는 26일(미 현지시간) 내 그동안 기밀로 분류됐던 3100건의 ‘JFK 파일’이 공개될 전망이어서다. 이날은 법이 정한 JFK 파일 공개 시한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미 정보기관들이 안보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트럼프의 한 핵심 측근은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파일 공개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럴수록 궁금증은 커진다. 만일 트럼프가 정보기관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기밀 해제 보류 결정을 내린다면 또 다른 음모론이 불거질 수 있다. JFK 암살 의혹의 트럼프 버전이 되는 셈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