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원전 정책의 지방분권화와 원전해체산업 활성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니 당연한 방향이라 하겠다. 문 대통령이 ‘시민참여단은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평가한 만큼 앞으로 원전 정책에서 시민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오른 데다 세계 원전해체시장 규모가 2014년 기준 440조 원으로 추산된다니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주목하는 점은 중앙정부 주도의 에너지 정책에 부산시가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하느냐 여부이다. 고리 원전 반경 30㎞ 안에 38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부산시민이다. 하지만 현재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 과정에서 부산시장의 권한은 거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원전이 자리 잡은 지역의 단체장이 정부의 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동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부산시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에너지 정책의 지방분권화인 셈이다. 그 중심은 시민의 안전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듯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명쾌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정부는 더는 외면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부산시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추천권과 비상시 갑상선 방호약품 배포 결정권을 요구하고, 환경 방사능 통합감시시스템 구축·운영,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대책 마련,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 재검토, 신고리5·6호기의 활성단층 정밀 재조사를 촉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전의 산업적 측면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원전해체연구소’를 동남권에 세워 원전 해체에 대비하고 세계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의과학산업단지에 암 진단·치료에 필요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수출용 연구로’와 함께 원전해체연구소가 들어선다면 원자력산업의 메카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정부는 불필요한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제대로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