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결정에 따라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시민참여단의 합숙토론과 공론조사로 얻어진 결과는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이다. 이와 함께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점은 시민참여단이 제시하는 에너지 정책 방향으로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중대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론화는 시작부터 찬반 논란을 빚으면서 공정성 시비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신고리 공론화를 통해 원전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졌다. 식탁에서 원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국민적 화제가 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론화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신고리 공론화 관련 보도를 지켜보면서 눈에 띈 것은 ‘경청’이다. 신고리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한 토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단어다.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건설 찬반 양측의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통해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청(傾聽).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말이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경청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듣는 것이 말하는 능력을 결정한다고 선각자들은 말한다. 이렇듯 경청은 소통의 기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귀 기울여 듣는 것은 판단을 끌어내는 지혜의 힘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경청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로부터 시작해서 존중과 몰입의 과정을 거쳐 판단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저마다 말하는 것에 취해 있는 세상에서 듣는 것의 의미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신문은 신고리 5·6호기 주민설명회부터 신고리 건설 중단과 재개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신고리 원전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또한,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여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역 사회의 동의를 강조하는 ‘원전 정책 지역사회가 주도하자 ’기사는 시의적절한 기획 보도였다. 원전 최다 보유국인 미국의 원전 정책 사례를 참고하여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 정책 방향을 짚어보며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신고리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원전 지역 주민들이다. 원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보상을 받아 이주해야 하는 주민들은 신고리 원전 건설에 있어서 찬성의 목소리를 모았다. 원전으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감안하면서 국가 에너지 사업을 위해 희생해온 그들이 원전을 자율 유치하고 찬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원전의 공포와 불안을 일상적으로 느끼고 사는 그들이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고 해서 찬핵론자로 불려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국제신문은 원전 지역에 있는 위원장의 대표성 발언으로 그친다. 날것으로 표현되는 지역 주민의 말은 보이지 않는다. 신고리 원전 주변의 신리마을, 골매마을 등에 사는 주민들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말은 삶의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간과해서 안 되는 그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원전으로 인한 그들의 가슴앓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표면적인 말 그 이면의 말을 듣는 ‘귀’가 되어야 한다. 귀를 활짝 열고 공감하면서 이해의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 귀담아듣지 않으면 혀가 귀를 멀게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그들의 말을 통해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한다. ‘세계 최대 원전 국가’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곧 우리이며 모두가 원전의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귀는 항상 열려 있다. 하지만 모든 소리를 다 듣지 않는다. 우리의 선한 의지로 들을 줄 아는 귀를 만들어야 한다. 귀담아듣는 과정은 사고를 불러일으키면서 의식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말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들어주지 않는 말과 기회를 얻지 못한 말이 많다. 말은 언어 그 이상으로 삶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말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미래의 방향을 고뇌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들어야 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을 것이다. 국제신문은 시민의 말을 경청하는 일에 더욱 충실해 주길 바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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