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수장을 공모로 뽑는데, 응모자 본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인사들에 의해 선임 심사가 이뤄진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심사가 진행된다면 공모는 허울뿐이고 실제론 짜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산교통공사 제5대 사장 선임 과정이 그 꼴이다. 경영평가 기준상 연임 자격이 안 되는 박종흠 전임 사장이 퇴임 후 새 사장에 재응모한 데다, 응모자를 심사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도 그의 입김이 작용할 위원들이 포함돼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임추위 구성을 보면, 이런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7명인 임추위는 부산시장 추천 2명, 부산교통공사 이사회 추천 2명, 부산시의회 추천 3명이다. 그런데 공사 이사회가 내세운 위원들은 박 전 사장과 무관하지 않다. 공사 이사회 11명 가운데 4명은 박 전 사장이 재임 중에 상임이사로 앉혔고, 이사회에서 별 영향력이 없는 비상임이사 5명은 부산시장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비상임이사 2명도 부산시 공무원들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결국 임추위에 박 전 사장과 부산시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러니 ‘셀프 추천, 셀프 심사’라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임추위가 위원 구성 논란으로 파행을 겪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추위는 지난 16일 1차 회의를 열었지만, 일부 위원의 반발로 새 사장 응모자 4명에 대한 서류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박 전 사장 재임 중에 그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공사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 2명이 임추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공정성을 해친다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하다.

박 전 사장이 자신의 재임 중 차기 사장 후보 선정을 위한 임추위원 2명 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사장 재응모를 염두에 둔 행위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역대 사장들은 퇴임 전에 임추위원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그는 의결에서 아예 빠졌으니 말이다. 그동안 차기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가 없어 박 전 사장이 재응모에 나섰다는 부산시와 공사 측의 말도 무색하게 됐다. 이쯤되면 박 전 사장은 응모를 스스로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자격이 안 되고 꼼수까지 부리는 인사가 공기업 수장에 오르는 걸 용납할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