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부산고용노동청이 개최한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의 참석자들이 토로한 고충은 남성 육아휴직이 정착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육아휴직의 효과가 매우 크긴 했지만 넘어야 할 현실적·제도적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는 하나 이런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으면 더는 확산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인 셈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고충에 정부가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보완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특히 부산의 남성 육아휴직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부산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2015년 3.6%에서 지난해 5.9%로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남성휴직자 비율은 전국 평균(8.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국 7대 도시 중에서도 울산 서울 대전 인천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남성 육아휴직은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런데도 전국 최악 수준의 저출산에 허덕이는 부산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저조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부산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낮은 것엔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기업 환경이다. 전국적인 남성 육아휴직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무환경이 나은 대기업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사회적 인식과도 연결돼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이익 우려까지 감수하며 선뜻 육아휴직을 신청할 남성이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그간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등 유인책을 꾸준히 확대한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부산 등 일부 대도시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 등 정교한 정책이 요구된다. 기업들 또한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만큼 이를 권장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그간의 잘못된 편견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