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1일. 그날이 오기 10여 일 전부터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 한 달 전쯤 부산의 대표 서점 동보서적이 문을 닫기로 한 것에 더해 2010년 당시 55년 역사의 문우당서점(1955년 창업)도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시민과 문화 인사들이 두 서점의 아까운 연륜과 지역 문화계의 척박함을 한탄했다. 1988년 문우당서점에 입사한 나는 그때 문우당의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계산대에서 필자의 손을 잡고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할머니 고객, “제가 군 복무라 자주 오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라며 필자에게 “죄송합니다”를 연신 내뱉으며 고개 숙이던 청년 고객…. 많은 분이 보내준 염려와 격려에 결국 매장 한쪽으로 가 괜한 헛기침과 깊은 한숨으로 마음을 다스리던, 그런 날들이었다.

1988년 11월 7일. 나의 문우당서점 첫 출근날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언젠간 서점에서 일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서점 생활이 올해로 29년을 채우고 곧 30년째로 들어가는 날이기도 하다. 많은 책과 함께해 즐거운 날들이었다. 하루하루 들어오는 신간을 보면서 ‘어떻게 진열하면 독자들에게 잘 보일까?’ ‘이 책은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왜 많이 안 팔릴까?’라며 이곳저곳 진열대를 옮겨보는 일이 그저 좋았던 그런 시절이다. 한창때 문우당서점을 포함해 인근에 7개였던 서점이 이제는 2개만 남았고, 부산 전체 500여 개였던 서점이 이제 200곳도 남지 않은 것처럼, 지금도 서점은 가파르게 사라지고 있다.

사회 환경은 참으로 많이, 빨리 바뀌고 있다. 출판 부흥 시대인 1980년대와 정점을 찍은 1990년대를 지나면서 가장 큰 변화로 인터넷 환경을 들 수 있다. 그로 인해 파생된 환경 변화가 출판과 문화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인터넷서점의 과도한 할인은 결정타가 됐다. 더불어 서울 대형서점의 지점 확대는 기름을 부은 꼴이 돼 지역 서점은 규모와 관계없이 설 자리를 잃어갔다.

2010년 12월 1일. 그렇게 문을 닫기로 했던 문우당서점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날이다. 그 시점까지 문우당이 영업을 멈춘 날은 하루도 없었다. 이전 한 달여간 시민들이 보내준 염려와 격려, 부산 문화를 지켜온 자존심을 생각했다. 자그마한 지금 매장으로 옮기면서 역사를 지키고, 한 번 해보고자 마음먹었다. 직원 출신인 나는 새로 시작하는 ‘작은 문우당’ 대표를 맡았다.

20여 년간 문우당 직원으로 일하며 전국 출판사와 총판을 관리하고, 매장을 돌보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으로 정성을 다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어려움은 있을지언정 이겨낼 확신을 가졌다. 아니 가졌다기보다 가진 것처럼 생각한 것이 맞는 것 같다. 한창때 1300㎡(약 400평) 이상이던 문우당 매장도 어려웠는데 그때의 10분의 1가량밖에 안 되는 매장이 되겠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6·25전쟁 후 1955년부터 김용근 창업주께서 자전거에 책을 싣고 배달하며 시작해 만들어온 역사다. 창업주는 어음 한 번 쓰지 않고 오직 현금으로만 거래처에 지불했고, 55년 만에 경영에서 손을 떼는 마지막까지도 출판사에 지불 누락이 되지 않게 단단히 챙기며 전통을 지켰다. 그런 서점을 내 손으로 다시 문 닫는 날이 오지 않기 위해 계속, 계속 움직여야 했다.

사무실 1000여 곳을 방문해 문우당서점을 계속한다고 알리고, 해양 도서와 지도는 예전보다 더 많은 종류를 확보해 전문화를 강화했다. 극단과 협업 공연을 제작해 문화예술과 책이 상생할 기회도 꾸준히 찾고 있다. 작가 강연회를 매장 등지에서 열고 공공도서관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아동극도 공연했다. 매출의 일정 금액을 기부해 지금까지 받은 부산 시민의 마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돌려드리는, 함께하는 문우당서점이 되고자 하고 있다. 7년. 그렇게 새롭게 서점 대표가 된 후 흐른 세월이다. 그동안 자회사인 해양 도서 전문 해광출판사를 설립해 30여 종 책을 내며 더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얼마 전 문학도서를 펴내는 출판사 스토리팜을 만들어 신간을 내었다. 작은 서점 문우당서점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문우당서점·해광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