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찬반이 뜨겁다. 법원이 관련 사안에 무죄를 선고하기도 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던 변호사의 등록신청이 거부되기도 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각자 나름대로 근거가 있고 헌법의 규정도 그 하나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헌법 제19조의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을, 반대하는 쪽은 헌법 제39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규정을 근거로 내세운다.
양쪽 모두 헌법 규정을 논리 정당화의 근거로 사용하지만 헌법 자체를 존중하여 그렇게 한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다만 실정법을 논리의 근거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이 성장한 것 같아 긍정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접근하기보다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우리 사회에서 무리 없이 수용할 방법이 없겠는가를 고민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에 대하여 찬성·반대로 접근하면 100%의 찬성이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서로의 의견이 나누어지고 한쪽으로 치우쳐 결정하면 구성원들이 분열되고 많은 후유증이 남기 때문이다.
헌법에서는 제10조의 두 번째 문장에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이는 국가에 대하여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결정하지 말고 양심의 자유가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들 간의 조화를 이루어 실현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라는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처벌하였을 뿐이다. 처벌 이외 아무런 방법이 없다면 국가의 조치가 어쩔 수 없겠지만 과연 국가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에 대하여 어떤 고민을 한 뒤의 결론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어쨌거나 국가의 의무는 별개로 하고 내가 생각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안은 대체복무다. 대체복무에 대하여도 찬반이 뜨겁지만 반대의 가장 큰 논리는 형평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리라. 즉 군 복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제도가 이용된다면 과연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킬 사람이 있겠느냐는 우려 말이다.
만약 이것이 주된 이유라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대체복무 제도를 현역보다 불리하게 하면 된다. 즉 복무기간이나 업무 등을 조정하여 대체복무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보다 불리하도록 제도를 만들면 된다. 이렇게 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은 불리함을 감수하고라도 대체복무에 종사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핑계로 대체복무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여 처벌하는 것은 젊은 청춘인 당사자 개인은 물론이고 세금으로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는 국가의 관점에서도 낭비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다른 기회를 주어 국가를 위하여 봉사하게 하면 국가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모두 이익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양심의 자유와 집총이 문제가 된 사안에서 “현대적 개념의 총력전은 승리를 위해 전후방을 막론하고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협력과 조정을 필요로 한다. 핵물리학자 노동자 선원 건설인력 간호사 엔지니어 청소부 의사 목회자 등 모두가 전쟁의 승리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중략) 무기를 들지 않는 것이 반드시 국가에 대한 애정의 결핍을 보여주는 징표도 아니다. 비록 한 개인이 종교적 양심상 소총을 어깨에 메지 못한다 할지라도 충성스럽고 헌신적으로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할 방법은 다양하다”고 판결하였다.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찬반의 논리로 극명하게 대립하여 싸우려고 하지 서로가 힘을 합쳐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적어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 대체복무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더 좋은 제도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며 극단적으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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