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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속도전 우려되는 코리아둘레길

3일 창원서 브랜드 선포…그간 부정적 시각 고려해 보완책 강구한다지만

쫓기듯 기한 얽매여서는 명품은커녕 누더기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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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대한민국을 발견하라’. ‘만남의 걸음, 치유의 걸음, 상생의 걸음, 평화의 걸음을 이어 4500㎞ 행복의 길을 만들자’. 지난 3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코리아둘레길’ 브랜드 선포식에 내걸린 캐치프레이즈다. 동·서·남해안 길과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등 한반도 남쪽 둘레를 잇는 코리아둘레길 조성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전격 발표된 이후 큰 윤곽을 밝히고 향후 운영 방안 등을 모색해보는 마당이기도 했다.

이날 브랜드 선포식에서는 네 구간 중 가장 먼저 부산과 순천을 잇는 남해안 구간의 첫 유력 노선이 공개됐다. 약 2300㎞에 달하는 후보 노선의 전수조사를 거쳐 63개 코스를 잇는 전체 973㎞의 남해안 길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향후 전문가와 일반인 모니터링, 관광거점·관광자원 간 연계 분석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라니 큰 변화 없이 확정될 공산이 크다. 이제 남해안 구간과 같은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나머지 3개 구간 길의 얼개도 머잖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브랜드 선포식은 다소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 지난해 주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까지 4개 구간 길 조성을 마무리하고 2019년 임시개통하겠다는 3개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로 차질을 빚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을 이어받아 진행하다보니 불가피하게 늦어졌다. 하지만 이런 차질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문체부 역시 2019년까지 코리아둘레길을 완성하겠다는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동해안의 해파랑길과 비무장지대의 평화누리길은 이미 어느 정도 조성돼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체부의 이런 원대한 계획과는 달리 사실 지난해 발표 당시부터 코리아둘레길에 대한 여론은 시큰둥했다. 당장 무려 4500㎞ 에 이르는 긴 길을 단 3년 만에 이어 대한민국 브랜드로 조성하겠다는 발상에 비난이 쏟아졌다. 아무리 일부 길이 조성돼 있다지만 명품 길이란 게 단순히 뚝딱뚝딱 팻말만 이어 박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간 50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7200억 원의 효과가 예상된다는 장밋빛 일색의 경제적 접근도 마뜩잖았다. 길을 만들겠다며 토목공사나 하는 ‘박근혜 정부판 4대강 사업’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제기된 우려는 길의 조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코리아둘레길 사업은 결코 토목사업이 아니라 100억 원 미만으로 최소한의 예산만 투입하는 친환경적 사업이라고 문체부가 누차 밝혔으니 일단 믿기로 하자. 그러나 사후관리와 유지에 대한 방안도 없이 길만 조성해서는 결코 명품 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기존 여러 사례가 잘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그저 생색만 내고 이후 관리 책임과 비용은 지자체에 떠넘기며 잡초만 무성하거나 아예 사라진 길이 수두룩하다.

“기존에 조성된 길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관리예산과 관리주체가 명확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도종환 의원이 코리아둘레길 계획을 비판하며 주장한 내용이다. “관리예산과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길은 애초부터 만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법을 정비하고 전국에 애물단지가 되어 방치된 길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정말 민간주도형으로, 사람들이 걷는 길, 지역을 살리는 길을 만들 거라면 ‘언제까지’라는 기한을 둘 이유가 없다.” 코리아둘레길 조성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은 경고다.

이런 여러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3일 브랜드 선포식에서는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요컨대 길 조성에 치중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효율적 협력을 통한 관리운영 체계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뒤늦긴 했지만 그간 제기된 우려를 정부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럽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코리아둘레길 계획에 비판을 쏟아냈던 도종환 의원은 이제 주관부처인 문체부 장관이 됐다. 지난 정부의 역점사업이라고 무작정 내치는 것도 도리는 아니다. 비록 여러 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많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길을 만들겠다는 의지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 장관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자신이 의원 시절 코리아둘레길에 제기했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언제까지’라는 기한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속도전은 걷기의 정신과도 배치된다. 그럴싸한 캐치프레이즈나 경제 효과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리 쫓기듯 서둘러서야 명품 길은커녕 또 다른 누더기 길만 양산할 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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