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신석기 혁명의 산물이다. 채집이나 수렵에서 농업을 주로 하는 정주 생활로의 변화 덕분이다. 도시를 뜻하는 라틴어 ‘civitas’에서 비롯한 문명(civilization)과 도시(city)가 숲에서 유래한 야만(savage)이 그렇게 구별된다. ‘신이 자연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도시는 문명과 동의어로 이해된다. 인간의 삶이 도시에 오롯이 담겨 있다. 먹고사는 일을 바탕으로 문화와 예술과 과학기술이 움트고 발전하는 터전이다. 그 이면엔 교통·주택·환경 문제와 함께 온갖 범죄와 소외와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도시가 ‘사회적 행위의 극장’(루이스 멈포드)인 동시에 ‘인류가 뱉어낸 가래침’(장 자크 루소)인 이유다.

이처럼 도시가 성장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도시에 거주하며, 21세기 말엔 80~90%가 도시에 모여 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생긴 게 거대 도시 지역인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다. 1961년 프랑스 지리학자인 장 고트망이 미국 북동부 대서양 연안의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등 거대 도시와 이들 도시를 잇는 대도시권을 메갈로폴리스라고 이름 붙였다. 미국 전체 면적의 2%가 채 안 되지만 20%에 육박하는 사람이 몰려 사는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부산시가 2030년 메갈로폴리스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경남 김해 양산 창원과 울산을 아우르는 1000만 인구의 초광역 도시권 중심도시가 뼈대인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이다. 광역 개념을 도입하며 종전의 광복 서면 등 2도심을 광복 서면 해운대 강서의 4도심으로 확대해 도심의 건강성을 살려보겠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여겨진다. 고령화 저출산 기조 속에 심화하는 도심 공동화의 대응 방안일 것이다.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도시발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도시의 양면성을 생각할 때 삶의 질 문제를 잊어선 안 될 일이다. 미국의 문명비평가인 루이스 멈포드가 제시한 우울한 도시의 궤적을 부산이 따라갈 순 없기 때문이다. 메갈로폴리스를 정점으로 티라노폴리스(문화 파괴와 도덕성 몰락으로 도시 탈출), 네크로폴리스(도시 몰락)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