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 잠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었다. 서울 시내를 달리던 240번 버스에서 4살짜리 아이가 먼저 내리고 엄마가 내리려던 찰나 출입문이 닫혀서 엄마 혼자 다음 정거장에 내리게 되어 아이를 잃어버릴 뻔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는 네티즌의 제보가 시발점이 됐다. 아이 엄마가 울부짖으며 아이 혼자 내렸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운전기사는 이를 무시했고 오히려 욕설까지 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시민들의 공분은 대단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사한 CCTV와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진 뒤 여론은 반전되었다.

최초 엄마 입장을 과장해서 전했던 네티즌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은 버스 기사는 이미 휴가를 내고 운전대를 잠시 놓은 상태였다.

이렇게 불과 두 달 전 인터넷 마녀사냥의 피해자였던 그 버스 기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 일 없단 듯이 예전과 다름없이 평생을 천직으로 알고 버스를 몰고 있을까, 아니면 엄청난 정신적 상처에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 사건을 확대 재생산했던 많은 네티즌은 지금 그 버스 기사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가짜 뉴스를 생산해서 기사를 퍼 날랐던 언론들조차도 무관심하다. 자신들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모를 리 없을 텐데도 말이다.

“영국 사람은 걸으면서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은 생각한 뒤에 뛴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은 뛰고 나서 생각한다고 한다.” 이건 스페인의 한 사상가의 말이다. 물론, 이것이 그들의 국민성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또 다른 특성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있을 때 흥분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한국인의 기질을 빨리 끓었다 빨리 식는 냄비의 속성에 빗대 우리나라 사람들을 ‘냄비근성’을 가진 민족이라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매우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맞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들도 냄비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무슨 문제가 터지면 일회성으로 처리하려는 냄비언론의 논조에 휘말린다. 냄비근성의 한국인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마녀사냥식의 희생양을 찾는다. 그리고 그 희생양을 찾거나 사고의 해결 기미가 보이면 냄비언론과 그 언론에 휘말린 국민들은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금방 잊어버리고 잠잠해진다. 그러다가 다시 똑같은 사고가 재발한다. 이런 한국인의 민족성을 비꼬며 일본인들이 말한 것이 한국인은 냄비근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왜 이리도 무책임하고 가벼운 댓글질을 해대는 걸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익명성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민족성이 그런 걸까?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문제의 상대방이 나와 같은 실제 인간으로서 존재함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에 댓글을 달 때에도 실제 생활에서 적용된 것처럼 똑같은 기준과 행동을 고수해야 하나 사람들은 종종 이를 망각한다. 실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어떠한 처분이나 적발되는 두려움 때문에 그런대로 법을 준수하게 되고,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신중을 기하지만, 가상공간상에서는 윤리기준이나 인간적인 행동 규범의 적용을 덜 받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일상화되었지만 이런 문제로 인한 갈등에 대한 규제나 처벌에 대한 기준은 아직 미흡하다. 인터넷의 사실 왜곡에 따른 피해자들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을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면, 인터넷상에서 어느 일방의 주관적인 상황해석과 익명성에 숨어서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동조하는 네티즌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견고한 제도적 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미래로병원 소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