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이후 액상화 현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포항 북구 흥해읍 진앙지 일대에 액상화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이번 지진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게 맞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 지진 관측사상 첫 사례가 되는 데다, 그런 현상이 앞으로도 더 큰 지진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원인 연구에 천착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이유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산대 손문 교수 연구팀과 본지 취재진이 포항 진앙지 주변의 논밭 등을 둘러본 결과에 따르면 액상화 현상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 15일 지진 당시 논바닥에서 흙탕물이 부글부글 끓으며 솟아올랐다는 현지 주민의 생생한 증언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액상화는 지진이나 강한 진동 등에 의해 지반이 액체 상태로 물렁물렁해지고 물이 지표면 밖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표면과 주위에 있는 구조물이 위험에 처하는 건 불보듯 뻔하다.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기울어진 포항의 한 아파트도 액상화 영향으로 지반이 뒤틀려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손 교수의 분석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포항은 퇴적암이 많은 연약지반이고, 지진 피해가 컸던 양덕동 일부가 쓰레기매립지였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멕시코시티가 7.1 강진의 진원에서 100㎞ 넘게 떨어졌는데도 엄청난 피해를 입은 건, 호수 매립 도시라는 요인이 크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해안 매립지와 연약지반이 산재해 있고 낙동강 하구를 낀 부산으로서는 이런 액상화 현상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물론 지진이 없으면 좋지만 향후 생길 경우, 액상화가 불러일으킬 피해상은 가늠하기조차 힘들고 소름마저 끼친다. 가뜩이나 부산지역은 시내 학교의 절반 이상을 비롯해 구조물 상당수가 지진에 아주 취약한 실정이다. 기상청이 포항 지진의 액상화 현상에 대해 직접 땅 시추조사를 벌인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부산시는 액상화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예측하기 어려운 지진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면 철저한 대비가 최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