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함께했던 75세 독일인 이디트 할머니가 내년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타고니아의 가파른 산봉우리를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오르고 있을 때 이디트 할머니는 마치 축지법을 쓰듯 성큼성큼 올랐다.

무척 놀랐던 나는 그녀에게 “젊을 때 운동선수였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선수는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많은 운동을 했어요. 지금도 늘 한답니다. 독일인은 모두 그래요.” 히말라야와 안데스에서 만난 많은 독일인을 떠올리고는 곧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UN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국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할 때를 고령화 사회로 부른다. 14%와 20% 이상이면 각각 고령사회와 초고령화 사회로 규정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2000년 노인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었다고 밝혀 고령사회 진입을 알렸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일본은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3년이 걸린 데 비해 한국은 불과 17년 걸렸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구학자들은 우리나라가 2026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고 205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의료비 지출 역시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5조 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전체 진료비 28조 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노인 진료비 부담 증가로 우리 사회는 고령 인구를 부양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해 국가의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령사회 구조를 단시간에 바꿀 수 없다면 최선의 대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스포츠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운동은 건강한 노년기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 유네스코는 스포츠 활동에 1달러를 투자하면 진료비 3달러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찍이 독일은 1960년 골든플랜 15개년 정책으로 스포츠 시설을 전국에 확충했다. 또 1970년부터 생활체육정책 중 하나인 트림운동(trimm-aktion)을 전 국민에게 보급했다. 현재 독일 인구 3분의 1 이상이 스포츠클럽 9만여 개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부산시도 2018년을 ‘건강한 부산’ 원년으로 선포하고 건강 행태 개선 프로젝트 ‘끊고 줄이고 운동하자’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술·담배를 끊고, 나트륨과 설탕 섭취는 줄이고, 모두 함께 운동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여기서 ‘운동하자’의 핵심은 누구나 하나 이상의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꾸준히 운동을 즐기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또 최근 총 6대 과제와 27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부산 체육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선 6기 출발과 함께 ‘건강체육국’을 설치하기도 했다. 일련의 체육 정책 발표를 보며 부산시가 스포츠를 단순히 산업으로만 간주하기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복지 패러다임 안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포츠 복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 증가는 새로운 스포츠 부문 일자리 창출과 노인 진료비 감축 모두에 기여할 것이다. 부산시의 정책 수립과 실천이 지속되어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건강한 도시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동서대 레포츠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