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색을 그대로 입은 등푸른 생선, 냉장고에 있던 고등어로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던 자식의 흥얼거림, 불포화지방산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면서도 저렴했던 고등어가 우리 밥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소형 크기의 고등어 1300ｔ이 대량 위판되면서 수산자원 관리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당시 위판된 고등어의 90%는 크기 21~26㎝의 미성어에 평균 크기는 23.7㎝로 2세 미만의 어린 고기였다. 지난해 고등어 총어획량이 13만3000ｔ이었으니 하루 만에 전체 어획량의 1%가 어린 고기로만 어획된 셈이다. 이날 어린 고등어는 모두 사료용으로 활용되면서 상자당 1만 원 남짓에 위판됐다고 한다. 반면 가장 큰 고등어 1상자는 20만 원에 거래돼 사료용 1상자와 금액으로 비교하면 그저 2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상자에 담겨 있는 마릿수를 생각해보면 어린 고기 남획에 대한 잠재적인 경제 손실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린 고등어 남획의 위험성은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 동부 태평양 고등어자원은 1978년 140만 ｔ으로 어획량이 가장 많았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2011년에는 10만 ｔ까지 낮아졌다. 그 원인으로는 양식용 사료와 어업용 미끼로 활용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업 환경은 자원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획 강도 증가에 의한 과도 어획, 한일, 한중 어업협정에 따른 조업 어장 축소, 업종 간 조업 경쟁, 관행적 불법 어업, 기후 변화에 따른 어장 변동과 국가 간 FTA 협상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바다에는 1970, 1980년대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던 말쥐치와 명태가 이제 사라져가는 어종이 됐고, 멸치, 오징어, 고등어가 우리나라 전체 어획 생산량의 4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어종이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멸치와 오징어가 최고 어획량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연근해 어업 생산량도 100만 ｔ 미만이라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수산 강국에서도 수산 자원의 지속적 이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 물고기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중성 어종의 자원관리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간담회를 거쳐 지난해 수산자원관리법을 대폭 개정하면서 어린 고기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대서양고등어를 4~6년간 성장한 성어만을 어획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1980년대 약 22억 마리에서 2011년에는 약 25억 마리로 늘어나 지속가능한 수준의 수산자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금지체장 기준이 없던 중국의 절강성에서 2015년 1월 이후 갈치 조기 병어 꽃게 갑오징어 등 18개 어종에 대해 포획금지체장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일본은 이미 43개 현마다 자원 관리가 필요한 어종에 대해서 포획금지 기간과 체장이 정해져 있다. 미국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등 수산 선진국뿐만 아니라 심지어 태평양 도서 국가인 피지가 19종,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35종, 나미비아가 7종에 대한 어린 고기 보호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인 우간다도 어린 고기의 어획과 판매·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다.

수산자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관리를 위해 정부 학계 어업인 그리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등어의 경우 현재 어업 여건을 감안해 21㎝로 설정된 금지 체장을 산란이 가능한 체장인 28㎝ 수준까지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어린 고기가 많이 서식하는 해역에서의 조업을 금지하는 등 휴어제를 통한 자원관리 효과도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통 단계에서는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생태인증라벨 제도’를 도입해 양식 어류 생산자는 생사료 사용량 또는 비율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자원 관리 및 친환경 양식에 대한 ‘국가지원보조금 시스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업 여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수산자원은 석탄, 석유처럼 쓰면 없어지는 유한한 자원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고리가 연결돼 있는 재생산력을 지녔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한 수산 자원의 이용을 위해 어린 고기가 성장하고 산란하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모두가 제공한다면 고등어는 우리의 후손에게도 국민 생선으로 남을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