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지난달 15일 ‘2030부산도시기본계획’을 확정·공고했다. 2012년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5년마다 재검토·수립한다는 규정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본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았고, 직간접적으로 참여도 했기 때문에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도시기본계획은 법정계획이자 법적계획이다. 다시 말해 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법정계획이다. 또한 계획의 내용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법적계획이다. 계획이 발표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목표연도인 2030년 부산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기본계획과는 다른 것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도 시민이 배제된 하향식 기본계획에서 공유와 소통으로 실현하는 시민참여형 계획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공청회 등을 통한 소극적 주민참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민계획단을 발족시켜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공간적 범역은 국소적 계획에서 벗어나 광역개념을 도입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부산만을 대상으로 한 계획을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경남 창원 김해 양산까지를 포함한 도시기본계획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의 공간구조도 많이 변화하였다. 1도심·6부도심·4지역중심이라는 구분에서, 1광역중심·4도심·6부도심·5지역특화로 바뀌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광역 중심, 지역 특화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울산의 자동차, 양산의 로봇기계, 김해의 나노의료, 창원·거제의 조선해양플랜트에 대한 지원체계 강화로 주변 산업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시재생계획은 개념 자체가 최근에 생긴 것이라 눈길을 끈다. 쇠퇴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등에 대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재생권역을 설정하고 있다. 원도심(부산진, 동, 남, 서, 중, 영도구)권역은 문화정체성을 반영한 주거지 재생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부산(금정, 동래, 해운대, 연제구)권역은 경제, 문화, 생활의 상생발전 인프라를 강화하여 복합형 공간 재생을 꾀하고 있다. 서부산(강서, 북, 사상, 사하구)권역은 노후한 산업단지 및 지역자원을 활용한 경제의 통합재생을 추진하고자 한다. 동부산(기장군, 해운대, 수영구)권역은 주거, 관광, 산업, 환경의 조화를 위해 관광 루트와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홍보 강화로 정했다.

생활밀착형 계획지표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문화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지표들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 분담률, 온실가스 감축비율, 시민건강 특히 음주율, 흡연율, 인구 10만 명당 자살 수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공급자 위주의 계획지표에서 삶의 질 위주의 생활밀착형 지표로 전환하였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방재·안전계획부문이 있지만 원론적인 내용만을 언급하고 있다. 현대는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의 상승, 지진과 원전 등에 의한 각종 재해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하기 위한 더 깊이 있는 내용이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개발 불능지에 대한 기준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기존에는 개발 불능지의 기준이 경사 30%이상, 표고 150m 이상이었는데 경사 30% 이상, 표고 200m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토지적성평가제도는 계획을 입안하는 기초단계에서 실시하는 기초조사이며, 환경성을 보전하는 유용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번 도시기본계획에서는 가용용지를 분석함에 있어 본 평가를 실시하였는지는 모른다. 실제 반영여부에 따라서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번 2030부산도시기본계획은 기존의 어떤 계획보다도 충분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 잘 수립되었다고 평가한다.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은 경이롭기마저도 하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향후 발생할 외부 요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면서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대비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