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이 대사 장면의 무대인 부산 영도구 흰여울마을이 난개발 위기에 빠졌다니 그 말이 떠오른다. 해안 절벽 위에 자리잡은 흰여울마을은 천혜의 바다 경관을 지녀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고, 영화 후광과 입소문 덕에 유명 관광지가 됐다. 부산에게는 보배 같은 존재다. 이런 흰여울마을의 환경을 잘 지키지는 못할망정 훼손과 난개발의 수렁으로 내모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난개발 위기가 닥친 건, 이 마을 중간 586㎡ 대지면적에 7층(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는 것을 지난 9월 영도구청이 허가하면서다. 절벽 경사면을 따라 주로 1, 2층 높이 집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이곳에 신축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아름다운 풍광을 해칠 게 뻔하다. 주변 주택에도 조망·일조권 피해 등이 초래될 우려가 높다. 이곳에 도시재생 차원의 문화마을 조성 사업을 벌이는 영도구청이 이 같은 건물 신축을 허가한 건, 앞뒤가 맞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건축 승인이 자칫 마을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청 측은 법령에 맞춰 건축 신청이 들어오면 허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만일 그렇게 개발이 된다면 흰여울마을에 고층 등의 건축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경관 훼손이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이런 행태를 제어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면 마을의 자연 경관과 정체성, 특징 등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그 점에서 흰여울마을은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처럼 원형 훼손과 난개발을 막기 위한 장치가 꼭 필요하다. 사하구는 지난 10월 감천문화마을(18만8177㎡ ) 전부에 대해 보전형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공고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감천문화마을에는 3층 초과 건축물이나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들어설 수 없고, 7개 구역의 개별 특성에 맞도록 건축물 높이·형태·용도가 규제되고 있다. 영도구는 이를 참고해 흰여울마을의 경관 보존과 원주민 내몰림 현상 방지 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