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진통 끝에 428조8626억 원의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다. 국회의 이번 심의는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을 다룬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문 대통령이 내세웠던 부산 공약과 연관된 사업의 상당부분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부산 발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던 굵직한 사업들의 원활한 진행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대선 기간에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부산 관련 공약은 동남권 관문공항과 공항복합도시 건설, 동북아신해양산업 중심지 육성,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8개 분야다. 이에 부산시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치거나 자체적으로 32개의 세부 계획(계속 사업 12개, 신규 사업 20개)을 발굴해 내년도 국비를 신청했다. 하지만 4차 산업 지능형 양식시스템 표준화센터 구축과 북극산업진흥 및 부산극지타운 조성, 식·의약품 안전종합체험관 건립 등 신규 사업 가운데 7개는 아예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민주당의 소극적 대응과 당·정 간 엇박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막판에 증액이 되긴 했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의 경우 부산의 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 하루 전인 4일까지도 예산 반영 정도를 전혀 몰랐다고 하니 정부와 여당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다 지역과 관련된 예산이라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처리하는 정부 부처의 그릇된 자세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산 홀대 추세가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제1번 공약인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마저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임에도 현재 여권 내에서는 경남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부산 관련 공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이 곧 전체 국가발전을 담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