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유해화학물질이 10여 년 새 수천 종 늘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부산시 등 관련 당국은 중·상류 공장에서 배출되는 신종 유해물질의 종류와 현황조차 파악 못 하고 있다니 불안감은 증폭된다. 지난 15년간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물이용부담금 2조8160억 원을 쏟아 붓고도 수질은 더 나빠졌다는 소식까지 이미 본지 보도를 통해 전해진 터다. 부산의 식수정책을 근본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제 열린 ‘부산의 먹는 물 정책 로드맵 원탁회의’는 유해물질 범벅이 된 낙동강의 ‘신음’이 결국 부산 시민의 신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종을 울린 자리였다. 주제 발표자에 따르면 국내 공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1998년 8030종에서 2014년 1만6150종으로, 16년 만에 배나 늘었다. 대부분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는 이들 신종 유해물질 상당수는 낙동강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지만, 관련 연구나 조사는 전무하다.

매년 수백 종이 느는 유해물질을 제때 파악해 대처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당국의 핑계에 불과하다. 시민 전문가들이 내놓는 현실적 대안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선 520㎞ 전체를 관리하는 현행 ‘대권역 체계’ 대신 소권역으로 강 유역을 나눠 관리하면 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제안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또 폐수배출자 간 자료 공유시스템, 공장 내 청정공정기술 도입을 위한 컨설팅 및 인센티브제 시행도 솔깃한 제안이다.

이원화된 부산시 식수정책의 단일화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원수 부문(기후환경국)과 정수 부문(상수도사업본부) 담당 부서가 다르고, 제 각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식수 오염을 막을 일관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불문가지다. 마침 부산의 여야 정치권이 허점투성이인 ‘낙동강 수계 물 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이에 맞춰 부산시도 손놓고 있지 말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두말할 필요 없는 생명의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