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정확히 1년을 맞았다.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비선 실세’ 최순실 등과 야합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정치적 파면 선고를 내렸다. 전 세계는 그 어떤 권력도 민심을 잃고는 온전할 수 없음을 보여준 ‘위대한 무혈 촛불혁명’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1000만 촛불이 ‘잉태’한 탄핵 가결은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염원까지 담겨 있는 ‘옥동자’였다.

가결 이후 선장 부재 상태에 빠진 ‘대한민국호’는 북한 미사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국내외 불안요소에 휩쓸리며 격랑을 헤쳐나가야 했다. 그러나 이런 대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뚝심과 지혜를 발휘하며 옥동자를 품에 안고 그 시기를 견뎠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거쳐 5월 9일 대통령선거로 새 정부가 들어서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렇다고 국민의 명령이 완수된 것은 결코 아니다. 국민 명령의 핵심은 불평등과 특권, 반칙이 없고 모두가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정의로운 나라를 이루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요체는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에 있다. 패거리 야합 정치, 오만한 정치, 독불장군식 무능 정치 등을 몰아내는 정치개혁 없이는 ‘박근혜 최순실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러나 탄핵 가결 1년 후 우리 정치의 모습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잠시 국민 눈치를 보는 듯하던 여야는 다시 고개를 들고 당리당략에 목을 맨다. 자유한국당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계파 간 동거를 통한 살아남기에 골몰하고 있다. 또 탄핵 가결의 숨은 공신으로서 ‘참 보수 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상당수 바른정당 창당 세력들은 슬그머니 명분 없는 회군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후 약속했던 협치를 개혁입법 추진 등의 과정에서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민들이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 이기는 정권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