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경제는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평균 잠재경제성장률 2.6%대라는 정체에 가까운 ‘저성장’의 위협을 받고 있다. IMF 발표에 따르면 2017년 GDP 기준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로 상위에 올라 있으나, 국민 개개인이 공감하는 소득수준이나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일자리 여건은 충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소득과 일자리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중위소득 50% 이하인 저소득층이 1990년 7.8%에서 2015년에는 14.2%로 확대되어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래 국가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의 실업률도 지난 10월 기준 8.6% 수준으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그간 우리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 성장잠재력 회복과 위기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곡선이 점차 우하향하는 ‘다운힐 슬라이드(downhill slide)’가 ‘새로운 표준(new normal)’인 것처럼 지속되는 상황은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을 시급히 찾아야 할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사고와 우리 사회를 둘러싼 프레임의 혁신적 변화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 DNA를 갖고 있다. 해방 당시 45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2만 달러로 성장할 때도,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도 우리 국민들이 쏟은 열정과 근면함 그리고 혁신노력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자양분이었다.
21세기 최고의 혁신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성공스토리를 보면 수많은 위기와 실패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과로 탈바꿈시킨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마켓의 기존 문법을 파괴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합하는 혁신의 결과였다. 이를 통해 1999년 창업 당시 직원 18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2만5000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소득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우리 역시 그간 개혁, 변혁, 창조 등 시대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해 왔다. 다만, 앞으로 기존의 제도와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성장·효율을 중시하던 정책에서 개개인의 창의성을 발현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 일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위기와 변혁으로 일상화된 시대에 필요한 ‘혁신 성장’의 본질은 무엇일까. 중국의 고전 ‘서경’에 나오는 ‘생생지락(生生之樂)’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일찍이 세종대왕이 국정철학으로 삼았던 생생지락은 ‘나라가 평화롭고 일자리가 안정되어 일상이 즐거운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혁신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왜 일상의 즐거움을 언급하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최근 발표된 정부정책과 생생지락의 철학을 견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혁신 성장을 통해 기존 제도와 규제를 재설계하고 과거에는 도입하기 어려웠던 다양하고 과감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여러 정책은 기존 경제체제와 질서에서는 혁신적으로 여겨질 만한 제안이 많다. 직접고용 확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이 그러하다.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기저에는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직접고용 확대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생생지락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공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부산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 공사 주도하에 문현혁신도시 이전 6개 공공기관이 향후 5년간 50억 원 규모의 ‘부산 사회적기업 지원펀드’를 조성해 사회적기업의 창업과 육성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공사가 관리 중인 유휴 국·공유지 등을 활용한 업무 공간 지원뿐 아니라 사회적기업 우대 보증, 경영·창업·금융 지원 등 각 기관의 고유한 업무 특성에 맞춰 다방면에서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혁신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안정적 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양극화 해소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최대 현안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 성장 정책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철학적 고민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모쪼록 생생지락의 혁신 성장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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