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중국 국빈 방문의 가장 큰 목표는 “한중 양국 간 신뢰관계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제 중국 전역에 방영된 CCTV의 인터뷰 프로그램 ‘환구시선’에서다. 또 “두 나라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발전의 시대를 위해 함께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국가주석 초청으로 성사된 국빈 방문이다. 내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당당하게 밝혀야 할 핵심 내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과 관련한 중요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공동 기자회견도 생략하고 정상들의 입장을 담은 공동 언론발표문만 내기로 한 것이다. 두 나라가 현안에 대해 서로 결합된 입장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사드 뒤끝’이 여전한 중국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로 풀어야 한다고 CCTV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양국이 지난 10월 31일 사드 문제에 대해서 서로의 입장을 깊이 이해했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열렸던 시 주석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면서 양국 간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기로 완전히 공감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빈 방문 기간 시 주석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 이어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 권력서열 3위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차세대 유력 정치 지도자인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만난다. 사드 갈등을 극복하고 경제·문화 분야 관계 정상화는 물론 북한 핵문제 해법 마련,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여 유도 등 굵직한 현안을 풀어야 할 문 대통령은 어깨가 무겁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마무리하며 한 단계 발전한, 두 나라 관계 재정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