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인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한 명이 집안을, 회사 전체를 일으켜 세운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쇠락의 길을 걷던 나라를 바로잡아 성장의 물꼬를 텄던 지도자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의 단골 소재다. 모든 일은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재는 조직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사회 거의 모든 부문이 디지털화, 자동화되어 상당수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 반복적 노동은 가치가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시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예컨대 창의력 융합력을 토대로 깊게 사고하고, 탁월한 문제해결력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 주요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이웃 나라 중국의 경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한다. 유학생이 현지에서 획득한 기술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을 추진할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청마다 연구개발비는 물론 이주비, 주거비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응력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25위, 중국은 28위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중국이 우리를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우리는 현재 인력활용, 4차 산업혁명시대에 특히 중요한 과학기술인력 활용 체계 전반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거에는 기술 선진국에 대한 모방 및 추격을 뜻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 집중해야 했기에 인재보다는 기술 자체의 확보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 오른 지금은 긴 호흡으로 사람을 키우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 기성세대가 일군 전문지식과 기술이 물 흐르듯 전수되도록 촉진하는 한편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매년 국내외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인력이 5000여 명에 달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시적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른 재원은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연구개발 예산 안에서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내년은 올해보다 경제 사정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타격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는 고용의 상당 부분을 소화하는 중소기업이다. 이런 경우 IMF사태 때처럼 연구개발인력 감축이 먼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물적 자원에 대한 투자보다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R&D를 수행하는 정부 부처는 중소기업 대상 연구개발 사업 규모를 한층 늘리고, 관련 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 해외수출기업이나 혁신형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금만으로 먹고사는 이른바 ‘좀비 기업’과는 달리 성과물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R&D 지원기간이 종료되었다고 바로 끊기보다는, 성과 결과에 따라 기한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장하는 것 또한 고려해 볼 수 있다.

재정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회계적 책임에서 자유롭게 하는 환경 조성이다. 과학기술계에도 간혹 연구비 부정 등 비리가 발생한다. 제도 미비 탓에 훌륭한 인재를 잃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적 손실일 것이다. 선진국에서 운영 중인 그랜트(grant) 제도 등을 적극 도입하여 행정 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것 또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형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때도 이를 추진할 사람, 즉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대한 청사진이 잘 짜여졌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 앞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때 ‘소망성(desirable)’ 요소뿐 아니라 ‘실현가능성(feasible)’ 요소 중 ‘사람’을 확보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만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중심인 4차 산업혁명시대, 사람이 빠진 미래성장동력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최고의 투자, 바로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미래부 전 과학기술전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