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과 맺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지난 주말에 실시된 노조 찬반투표 결과, 50.24%가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노사가 곧 재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비추고 있으나 올해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연내 타결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현대차 노사는 1987년 노조 출범 이래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내에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노사의 이번 합의안은 이전과 달리 현재의 경영위기 극복과 비정규직 축소를 위해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 정부의 시책에 호응해 사내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특별채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당연히 노동계 안팎에서는 합의안 가결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현대차 노조가 우리나라 노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들의 결정이 향후 기아자동차 등 국내 다른 사업장의 임단협 협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였다.

합의안 부결에 따라 노사 양측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폭이 줄어든 게 부결의 주된 이유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노조에게 쏠리는 비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규직 특별채용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하청 근로자의 실망감은 더할 것이 분명하다. ‘고임금 노동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가 중요하다던 노조의 목소리가 결과적으로 빈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현대차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올 11월까지 판매량은 409만 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6.1%가 줄었다. 2012년 9조 원대였던 순이익이 올해는 4조 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조는 현재 추가 협상 즉시 돌입과 파업 지속, 내년 초 협상 재개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할 것은 하루빨리 노사가 힘을 합쳐 생산성 향상에 매진하는 일이다. 현대차 노조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