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올해 개항 이래 최초로 컨테이너 물동량 2000만 TEU를 돌파했다. 지난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의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세계적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정부와 터미널 운영사 등과 함께 적극적인 물동량 유치 활동을 했다. 항만 근로자와 연관 산업인 등 모든 항만관계자가 365일 24시간 쉼 없이 부산항이 운영되도록 애써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컨테이너 2000만 TEU(1TEU=20피트, 6ｍ)를 길이로 환산해보면 지구 둘레(4만120㎞)의 3배인 12만㎞(2000만 TEU×6m)에 달한다.
부산항은 전 세계 150여 개국 500여 개의 항만과 연결되어 있고 2만 TEU를 싣고 다닐 수 있는 길이 400ｍ, 폭 60ｍ의 20만 ｔ짜리(축구장 4배의 크기) 컨테이너 선박이 수시로 드나들어 하역할 수 있는 최첨단의 항만시설을 갖추고 있다. 올해 주당 정기서비스 역시 개항 이래 최대인 531개 노선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해 명실상부한 세계 물류 중심항이 됐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발생과 함께 국내외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부산항에서 한진해운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했다.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문제이거니와 국내외 화주들로부터 엄청난 항의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국가적인 신뢰도와도 커다란 관련이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말 그대로 국가물류산업 전반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하는 개항 이래 초유의 사태를 맞아 부산항으로서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 한진해운 선박 61척이 해외 12개국 25개 항만에서 입항을 거부당해 사실상의 억류된 상황이었다. 부산항만공사(BPA)에서는 즉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해외 입항 거부 선박 현황과 부산항의 화물처리 실태 및 터미널 장치율을 파악해 외부 장치장을 확보했다. 해외 항만에서의 비정상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을 부산항으로 유도하고, 해외 25개 항만 당국에 한진해운 선박의 억류 및 작업거부 해결 요청 공식서한을 발송했다. 한진해운 소속 얼라이언스 선사(CKYE)의 본사 방문 협의를 통한 네트워크 훼손 방지 협조 요청 등 총력을 다했다.
처음에는 터미널 운영사와 항만연관산업체 등의 대금 미회수 우려로 작업을 거부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거듭되는 설득과 협조 요청으로 해당 선박 할당 처리와 선박 입출항 등 지원 작업에 동참해 줘 사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해당 동맹 외국 선사들도 네트워크 유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다가 정부와 BPA, 업계 등의 노력을 보며 차츰 호의적으로 돌아서게 됐다. 항만 근로자와 연관 산업인들 역시 해외에서 오갈 데 없이 떠돌던 한진해운 선박이 밀려들어와도 명절 연휴와 휴일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물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위기에 뭉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4월에는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선사와 물동량의 부산항 이탈을 막기 위하여 외국선사 본사를 방문해 환적 물량 유치에 대한 지원책을 협의했다. 동남아·이란·중국 동북3성 등 전략시장의 물동량을 적극 유치하는 등 BPA의 발로 뛰는 저력을 보여준 한 해이기도 하다.
부산항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세계적 항만이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 유수의 항만과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컨테이너 물동량 2000만 TEU에 머물지 않고 외형적으로도 계속 성장하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이제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세밀한 전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외형적으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내실을 함께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항만산업부문별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관련 업계에 매출과 이익을 확대하고 그와 연계하여 고용을 늘리는 항만으로 거듭나도록 정부와 BPA가 앞장서겠다. 시설 투자, 교육훈련 시행, 공동 연구개발 등 부산항에서의 항만 산업이 영세성을 탈피해 부가가치를 향상시켜 번창하고 나아가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도록 항만 연관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 방안을 강구해 적극 지원하도록 해나갈 것이다.
2018년은 해운 시황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경쟁 항만의 견제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것처럼 새해에도 정부와 관련 업계, 그리고 BPA 등 모든 항만관계자가 합심하여 부산항 물동량 100만 TEU가 증가할 수 있도록 하고 부산항이 세계의 물류중심항만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부산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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