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 수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시교육청이 내놓은 계획안을 보면 올해에는 학교와 지역사회,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민주교육 전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또 개별 학교의 민주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지수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어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교과서를 개발한 뒤 올 2학기에 보급을 하고 내년부터 실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시교육청의 방침은 ‘일상의 민주주의가 숨쉬려면 공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산은 ‘부마민주항쟁의 근원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학교에서 사용하는 도덕·사회 교과서에는 민주주의 단원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개념을 나열하는 수준인데다 부마항쟁 등에 대해서는 할애된 분량이 극히 적어 학생들이 지역의 민주주의 사례를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광주시교육청에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5·18재단과 공동 개발한 교재를 활용, 초·중·고교생들에게 5·18민주화운동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민주화운동 기념 주간을 정한 뒤 모든 학교에서 2시간 이상 5·18 관련 수업을 하도록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한편 몇 년 전에는 ‘민주시민 교과서’라는 보조교재 4종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 교재는 경기도교육청과 협약을 맺은 서울·충남·전북교육청 등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 실시 계획을 수립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협의체 구성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향후 교과서 보급 때 있을지도 모를 편향성 시비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부산시 및 시민단체 등과 힘을 합쳐 부산에 산재한 각종 민주화운동 관련 유적지를 정비,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평생교육의 출발점이라는 학교에서부터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앞날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