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희망을 얘기하는 새해다. 일상생활에 대한 사사로운 바람도 많지만, 내 삶을 바꿔줄 사회변화에 대한 기대도 자못 큰 듯하다. 촛불혁명의 장엄한 드라마가 다 끝나지 않은 2018년이라 더 그러하리라. 그중에서도 개헌과 정치관계법 개정은 시간을 다투는 주요 관심사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6.9%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중 절반가량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또 여러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승자독식의 현행 총선제도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늘 60%를 상회했고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여망인 개헌과 정치개혁은 국회로 들어간 후 종무소식이더니 결국 회기 마지막 날,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위를 통합하고 그 활동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하는 것에만 합의하고 빈손으로 해를 넘겼다. 개헌특위는 거의 1년을, 정치개혁특위는 6개월간 단 하나의 성과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이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가 없지 않겠는가?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17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 따르면, 공직사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62.3%였는데 그중에서도 국회가 청렴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9.8%에 달해 가장 많았다.

거리에서 정치개혁 캠페인을 하다 보면, 국회의원을 100명 정도로 확 줄이자거나 아예 국회를 없애 버려야 한다며 비분강개하는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 국회를 싹 없애 버려야 한다니까! 맨날 싸움박질이나 하고 잇속 채우기 바쁜 놈들을 그 많은 세금 들여가며 왜 두냐고! 올해도 봐! 변변한 민생법안 하나 통과 못 시킨 놈들이 저희 세비 올리는 건 뚝딱 해치우잖아.”

“어르신, 그럼 나라를 자신의 사유물처럼 주무르는 박근혜 같은 인간은 누가 견제하나요?”

“그럼 국회의원들이 그걸 제대로 막았어? 그래서 이 꼴이 된 겨?”

“그러니 제대로 된 국회를 만들어야죠!”

“제대로? 어떻게?”

그분들은 진정 국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말이 고비용 저효율의 우리 국회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의 표현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나라 바로세우기는 결국 헌법을 제대로 바꾸고,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완수될 수 있다. 모든 법과 제도가, 심지어 국회의원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조차 모두 국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현 제도도 개선이 시급하지만, 그마저도 국회를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를 바꾸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총선에서 각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된다. 이미 서구 선진국 대다수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거의 어려움 없이 채용할 수 있는 제도, 특정 정당이 40% 안팎의 득표율로 과반 의석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며 제2당과 야합과 정쟁을 일삼는 현실을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러 정당이 국민이 준 표의 비율만큼 의석을 나누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당이 거의 없어지고, 원내 여러 정당이 선의의 정책경쟁과 정책연합을 할 수밖에 없음을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 발전이나 국민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기득권에 더 집착하는 정치세력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지만, 그것이 한낱 핑계에 불과함을 수십 년 이상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물론 제도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진 않는다. 그러나 불합리한 제도를 그대로 두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국회 상황 속에서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루어내었듯이,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확고한 의사표명이 계속된다면 민심이 반영된 개헌과 정치개혁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회 전반의 복지증진이나 젊은이들의 안정된 일자리도 이와 직결된 문제이다. 무술년, 우리의 행복지수도 이 일의 성패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마음의 촛불이 국회를 향할 때다.

정치개혁 부산행동 상임대표